1월 212010
 

   별로 좋아하진 않는 공지영의 책 제목이지만 마음에 든다. 내가 자식이 있다면 나도 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들에게도 그럴 수는 없다. 나를 갉아먹으며 꾹 참고 견디는 것은 좋은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친구의 짧은 글에서, 한 사람에게 필요한 네트워크란 사실 그리 크지 않다는 구절을 본 기억이 난다. 꽤 동의한다. 제 부모와 자식, 잔뜩 꼬여버린 우정이나 평생 안고 갈 배우자나 죽고 못 사는 애인이 아닌 이상, 그 누가 어떤 삶을 살든 그 누구를 줄곧 응원만 할 수 있을까?
  아직은 길게 살았다 할 수 없는 삶이지만, 친구 관계도 때에 따라 사안에 따라 때로 나빠지고 때로 좋아진다. 사이가 틀어졌다가도 다시 돈독해지고 그러다가도 다시 역시 이 놈은 이런 놈이다 싶은 생각을 하며 아웅다웅 살아간다. 게다가 꼭 가장 친한 친구라서 일생에 단 한번인것만 같은 엄청난 사랑이어서 내가 항상 응원을 해줄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건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 그리고는 강한 족쇄로서 의무감으로 사람을 짓누른다. 때로는 그런 관계가 정말 미치게 싫은 이유이다.   그나마 나는 자기표현을 잘 하는 편이어서 마음에 쌓아둔 것이 적어 다행이다. 행복함, 괜히 기분 좋은 이유부터 서운함, 짜증남, 서러움, 화나는 것까지 썩 편안하게 잘 드러낸다. 그 덕에 감정의 기복이나 동요가 심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함부로 내뱉은 말이 공연히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지, 과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감당할 수 없는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어리석다. 무슨 대단한 도사인양 고집을 부릴 것이 아니라, 그냥 아닌 건 아닌 거고 맞는 건 맞는 것인데, 속 편하게 생각해야겠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나는 나도 돌봐야하는 것을 자꾸 잊고 싶어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응원하는 관람객이 아닌데 왜 그럴까. 나도 내 삶을 열심히 사는 선수로서 나를 응원해 줄 팬이 필요하다. 요즘은 자칫 나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경기중이라는 것을 깜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