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2005
 

  낮에는 여름, 밤에는 겨울. 이 곳의 가을은 그렇다.

  하긴 좀더 분석적으로 생각해보면
  겨울 – 가을(점심먹으로 가는길) – 여름 – 가을(저녁먹으러 가는길) – 겨울
  이렇게 매일매일 반복되니까. 가을을 만나려면 좀더 마음을 쓰는 수 밖에.

  어쨌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있다.
  집안에 사고가 났다는 걸 뒤늦게 알았고 후임이 둘 늘었고 이라크에 지원했다.
  어제는 유격훈련에 들뻔했는데 태풍으로 연기됐고 오는 토요일에는 휴가를 간다.
  지난 4일엔 처부 선임 둘이 전역했고 오는 20일 경엔 참모님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리고 추석은, 명절은 늘 하던대로 꼬박꼬박 찾아온다.
 
  둘러 싼 모든 것들이 빠르게 휘돈다. 미국을 때린 허리케인이나
  우리 태풍 나비 탓을 하고 싶다.
  너무 강해서 빨라서 통제 밖이라고. 그냥 두 손 다 놓아버렸노라 피식 웃으면서.
  마음에 여유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책도 읽지않고
  며칠 전부터 차가워진 바람에 재채기는 나올듯 말듯 눈시울을 붉히고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마음이 이런건가. 대단한 사연이 아니라
  눈물이 나와야 눈이 맑아지고 재채기를 덜해서 목도 안 아프니까.
  시원하게 펑펑 울면 좋겠는데 잘 안되니 이따 세수나 한번 더 할 참이다.

  다 괜찮은데 전체적으로 따끈해, 미열이라는 말이 딱 이야. 후-
 
  이럭저럭 시간만 저만치 가는구나.
  다른 건 몰라도 시간, 시간 널 놓치고 싶지 않은데
  다 놓아버린 게 실은 너를 조금씩 잃고 있는 거란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이제 체념했어.
  난 즐겁고 여전히 열심히지만 너와 함께는 아니니까. 넌 혼자 그냥 빨리 가버려^^
 
  9월은 참 힘든 달이야
  이렇게 많은 일이 있어도. 하루는 더디가고,
  그런데 일주일은 빨리 가고. 그치만 한 달은 가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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