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2009
 

2009-1 문화적응세미나 (김민식)

 

– 진화심리학적 설명의 명암 –

 

진보와 보수의 심리학 – 김기석 교수 (Iona College, NY / 경희대학교), 2009-11-20

 

이훈재 (VCC Lab.)

2009-12-16

 

진화심리학 내지 사회생물학 연구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그것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리차드 도킨스와 같이 걸출한 저자들이 펴낸 책들이 연거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진화적 관점은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나는 2003년 학부 교양 강의 중, 최재천 교수의 ‘생명윤리와 인간본성의 진화’를 수강한 적이 있다. 당시 심리학 전공생이 아니었던 나는 사람의 성향, 나아가 사회의 윤리까지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서은국 교수의 ‘성격심리학’, ‘주관적 안녕감’ 강의에서 소개된 여러 연구들이 어떤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이러한 진화생물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Big 5 의 Trait 중 하나로 신경증이 심한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진화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며, 유전적 소양으로서 행복하게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평생에 걸쳐 행복함을 더 자주, 많이 느낀다.

이번 김기석 교수의 강연은 이러한 진화심리학적 관점이 정치 성향의 개인차에 적용된 결과를 매우 위트 넘치게 소개해주었다. 마치 공자의 성선설의 현대심리학적 버전같은 Haidt의 Five moral foundations 에 바탕을 두고 개개인의 도덕적인 차이가 어떻게 정치적인 성향 차이와 관련이 되는지를 설명했다 (Graham, Haidt & Nosek, 2009; John, Jost et al, 2003, 2009). 연구들에 따르면 평등을 지향하는 도덕 성향이 강한 경우에는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집단의 규칙을 잘 지키는 도덕 성향이 강한 경우는 보수적 성향으로 이어졌다. 그럴듯한 설명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민감할수록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면,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오감각의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김민식 교수의 생각도 비슷한 맥락에서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들이 비록 한국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할 지라도, 여전히 한국적 환경에서 진보/보수 정치 성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감안하면 의문이 남는다. 한국에서는 진보 정치세력도 매우 강력한 집단주의적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보수 세력도 틈만 나면 서민을 입에 올린다.

진화적 설명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 강력함과 편리함 때문이다. 많은 심리학의 연구들은 ‘왜?’ 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한 채, 현상만을 보고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진화적 관점이 이런 질문에 아주 강력한 논리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놀랍게도 많은 양적 데이터들이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진화적 설명의 이론을 세우고 나면 현재 시점에서 어떤 변수를 측정하고 그것이 생존에 유리한 스토리를 구성해내는 것으로 이론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으므로 편리하기도 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구들이 Pseudoscience 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