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2003
 





리니지 플레이어, (김영태) ‘포세이든’

글쓰기, Writing about a person
지도교수 : 김성수
제출일 : 2003-05-20

1. 시작하며 – 리니지에서는 ‘포세이든’을 모르면 간첩
 
  여기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는, 그러나 분명히 우리와 같은 땅을 밟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다. 현실에서 이 사람의 이름은 김영태, 나이 서른여섯에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하고 조용한 사람이다. 그러나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 상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레벨 74의 군주 캐릭터, 게임 상의 이름 ‘포세이든’은 <리니지>게이머에게는 신과 같은 <리니지>최고 레벨 캐릭터이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포세이든이 레벨이 높아 질 때마다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온 탓일까? 이미 게임 상에서는 한 사람의 군주로서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이제 현실에서도 평범한 PC방 사장을 넘어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수많은 게이머들의 호기심과 존경, 질투의 대상이 되어 온 그가 최근에 자신의 게임 캐릭터 ‘포세이든’을 내건 회사 (주)포세이든을 설립, 리니지 유저 커뮤니티 사이트(www.newspos.com)을 개설한 것이다.

  이제 정확한 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제일의 수준임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미래의 게임 시장을 선도할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역시 그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단연 세계 제일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주)Ncsoft 의 게임 “리니지”는 누적사용자수가 1000만명에 달하고, 실제전체사용자수 120만명 이상, 평균동시접속자수 12만명 (2002년 말 추정)에 이르는 거대 게임이다. 그리고 MMORPG라는 게임 장르의 특성상 게임 내 가상공간 속에서는 현실 사회와 매우 유사하게 정치,경제활동 등이 이루어진다. 이 가상의 작은 사회는 관련 학계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누구보다 ‘리니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최고수’ 포세이든이라는 인물을 조망해 보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 이라 생각된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게이머와 일반인의 시각,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 자신의 말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그들만의 세계’로 여겨지는 온라인 게임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고, 개인적인 바람이다. 복잡한 게임 상의 용어나 가상공간 현실에 대해 애써 설명하기 보다는 ‘포세이든’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일반적인 의문점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좀처럼 방송사와 신문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 동안 자신의 신원의 외부 노출을 적절히 차단해 온 그가 최근 4월 25일 연세대학교 공학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사이버 문화 학회’, ‘리니지 간담회- 제작사와의 대화'(5월 10일, 매리어트호텔)에 참가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직접 대면 인터뷰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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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MMORPG :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즉 무척 많은 사용자가 플레이 할 수 있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을 말하는 것. 원래 RPG는 한명 혹은 TRPG처럼 몇 명의 사용자들이 모여서 하는 게임이었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등장한 신조어. 대표적인 게임으로 국내의 리니지, 바람의 나라, 외국의 울티마온라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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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론 – 게임 ‘폐인’을 넘어선 득도한 게임 ‘고수’

1) 바깥에서 본 ‘김영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소개가 언론을 통한 ‘사건, 사고’ 에 그치는 상황에서 ‘김영태’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견해는 단순히 PC방을 운영하면서 리니지에 중독된 ‘게임광’이다. 그의 평상시 생활의 단면을 바라보는 네티즌, 4776cmh(네이버 사용자)의 다음과 같은 글에도 그러한 일반적인 시각은 잘 드러나 있다.
 
  [고졸하고 대학은 무식해서 못가고 자기 집은 부자다.
  돈은 많은데 할일이 없었다. 그래서 리니지 나오기 전부터 수많은 게임을 다 하다가
  리니지가 나와서 그걸 해봤더니 재밌었다.
  그래서 첨엔 한 시간씩 했다, 재밌어서 다음 날엔 2시간, 너무 재미있어 3시간, 한달후..
  리니지 천재가 되어있다, 하루 종일 리니지만 한다, 놀지 않는다, 정상을 향하여
  무조건 열심히 레벨을 올린다, 밤부주 둔다, 백수같은 밤부주를 둔다.
  새벽 3-4시까지하고 한4시부터는 부주가한다
  아침10시에 일어난다
  10시부터 무조건 리니지만 한다..
  리니지 랭커의 하루는 또 이렇게 지속된다..
  제 상상입니다. 아마 70-80%는 정확할겁니다.]

  실제로 정확히 확인되고 있지는 않으나 전주시 덕진구의 [제니스PC방]가 그의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 장소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그만둔 채, 아예 셔터를 내리는 등의 완벽한 보안 상태를 갖추고 안에서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물론 현재는 자본금 1억의 (주)포세이든을 시작하면서 전주시 중화산동에 작은 사옥을 두고 있어 [포세이든]이 어디서 플레이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정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그의 현실을 둘러싸고 대다수가 의문을 갖는 부분이 게임을 통한 수입이다. 돈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게임의 본래 목적 와는 벗어나지만 게임을 즐기다 보니, 전문적으로 게임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돈도 벌게 되었다는 리니지 고수들의 한결같은 말은 그에게도 적용된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게임서버(리니지에는 수십개 서버가 있다) ‘군터’ 시세로  군주 포세이든의 몸값은 실제현금가 3천만원, 검, 갑옷, 반지 등을 포함한 아이템은 2억 7천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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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0대 남성 게임 도중 사망], [중학생 게임 중독 문제 심각] 등 주요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관련 기사는 부정적인 측면만 다소 과장되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2) 레벨 : 레벨은 게임 상의 캐릭터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이다. 레벨을 보면 대략 그 캐릭터의 체력, 마법력, 공격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 ‘경험치’ 개념을 사용하는데, 경험치는 몬스터를 잡거나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경험치가 조금씩 올라가 요구되는 양에 도달하면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간다. 리니지에서 한 단계의 레벨 업을 위해 요구되는 경험치의 총량은 현재의 레벨에 도달하기 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치의 양과 같다. 점점 레벨 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3)  부주 : 부주인. 캐릭터의 실제 주인이 아니나 실주인과 협의 하에 일정 시간 대신 게임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 사람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최대 시간에는 제한이 있으므로 레벨이 높은 게이머나 군주 캐릭터의 경우에는 절친한 한 두 사람과 교대로 플레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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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한다. 또 리니지 세계의 성을 점령하고 있는 혈맹의 ‘군주’이기 때문에 리니지 상의 화폐단위로 하루 약 500만 아데나(현금으로 약 30만원)를 수많은 리니지 플레이어로부터 세금으로 받고 있다. 게임 상의 혈맹 간의 전투를 통해서 성을 빼앗아야 하지만 돈으로 성을 사고 파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성 하나가 2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놀랄만 하다.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그는 현실 무능력자라기보다는 거대한 게임 재벌인 셈이다.

  일반인의 경우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일단 부정적인 편견에서 출발하고, ‘김영태’씨를 알게 되면서는 이게 ‘돈’이 된다는 사실에 부러운 눈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게임이 현실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기만의 작은 쾌락을 위한 일로 저토록 많은 수입을 얻는 것이 자랑인가, 수많은 게임 중독자가 낳고 있는 사회적 폐해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등의 김영태 씨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비판의 시각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는 현실에서도 여러 논의로 구체화되고 있다. (서론에 언급한 사이버 문화 학회 등)

2) 게임 상의 ‘포세이든’
  실제 게임 상의 그를 관찰하면 게임 속의 ‘포세이든’의 생활은 다음과 같다.
  
  게임 상의 그의 위치는 군터 서버 ‘스피드’ 혈맹의 군주  캐릭터 이름 ‘포세이든’으로 게임 서버 내에서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는 왕의 자리이다. 그는 리니지 세계의 가상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 24시간 게임에 접속해 있어야 하고, 다른 혈맹의 도전을 막기 위해 수많은 고수 게이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 그의 캐릭터와 아이템 만큼은 그 자신의 것이라고 하지만 앞서 말한 ‘세금’은 마음대로 유용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혈맹 원들은 인품없는 군주를 떠나버릴 것이다. 그는 거둔 세금으로 자신의 혈맹 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아이템을 선물하기도 한다.
 
  물론 게임 시간의 대부분을 그는 리니지 세계의 ‘잊섬’ 이라는 곳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소비한다. 레벨 업을 위해서이다. 애초에 제작사에서 생각한 최고레벨을 돌파해버린 그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이 다시 게임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굉장하다. 체력이 1000이 되고나서부터 레벨 업을 해도 1000이상으로 체력수치가 올라가지 않아 손해를 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듯 게임 상에서는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수많은 캐릭터의 호기심과 존경의 대상인 포세이든이다.
 
  포세이든의 꿈은 무협지나 환타지에 나오는 ‘용’을 잡는 것이다. 아직 게임 상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 몬스터가 발표되면 적어도 게임상에 현존하는 타 몬스터보다 훨씬 강할 것이고 그것에 대항하려면 더욱 능력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용을 잡는 목표레벨을 90이상으로 생각하고 줄곧 게임에 집중했던 것이 지금의 레벨 74의 포세이든의 모습이다.
 
  인간으로서 많은 역경과 고뇌를 극복하며 현재 이 자리에 올라온 것처럼 앞으로도 리니지 세상의 선구자로써 새로운 일들에 대한 그만의 노하우로 함께 만드는 리니지 세상에 빛이 되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라며 그의 74레벨 업을 축하하는 글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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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리니지에는 기사, 요정, 마법사, 군주의 네 종류 캐릭터가 있다. 이 중 상대적으로 전투력은 떨어지나 혈맹을 만들고 두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군주 캐릭터이다.
주1) 여러 대륙과 섬, 바다 등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이다. 여러 종족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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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뷰, 내가 느낀 ‘포세이든’

  포세이든과의 대부분의 인터뷰가 그렇듯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아래의 인터뷰를 통하여 리니지 플레이 포럼 사이트에서 누군가가 코멘트 한 것처럼 이제 그가 더 이상 게임 폐인으로 보이기보다는 무언가 득도한 진정한 고수로 보이기 시작했다.

▲ 우선 레벨 72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 것 같은데….
– 98년 PC방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단골 손님의 추천으로 처음 손을 대, 벌써 6년 째다. 레벨 70이상에선 레벨 1을 올리려면 24시간 쉬지 않고 게임을 해도 2~3개월이 걸린다.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며 게임을 했다고 보면 된다.

▲ 최고 레벨이 되려는 이유가 있었나.
– 포세이든은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 키운 것도, 딴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단지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를 느꼈고, 게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자연히 커져 열중하게 된 것 뿐이다.

▲ 게임을 하면서 얻는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을 텐데..
– 결혼을 해 아이도 있지만 사실 사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점이 많다. 하지만 게임 상에선 지역갈등이나 빈부나 세대 격차를 느끼지 않는다.

▲ <리니지> 최고 레벨에 오르기까지 기억 나는 일이 있다면.
– 게임에 접속하면 알아보고 게이머들이 끊임없이 귓속말을 걸어와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또 한 번은 혈맹원과 모임을 가졌는데 110명 가까이 모이는 바람에 다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을 찾느라 100여명이 떼로 길거리를 방황했던 일도 있다.

▲ ㈜포세이든을 세운 이유와 사이트의 방향은?
– 많은 이들이 ‘포세이든’에 대해 너무도 많은 질문을 해와, 몇 년 전부터 구상해 왔다. 현재 ‘리니지 플레이포럼’이란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지만 <리니지>를 누구보다 오랫동안 해 오면서 느낀 점과 정보 등을 공유하고 싶어 지인들과 함께 만들게 됐다. 또 그 동안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거론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게이머들이 직접 나서 건전한 온라인 게임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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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스캔들이 많은 사람이라 사실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몇 달전 그의 캐릭터가 실제 경매에 올라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부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게임에 의욕을 잃은 김영태 씨가 캐릭터 ‘포세이든’을 판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추적60분을 통해서 게임 상의 현금 거래에 대해 전화 인터뷰를 한 뒤로 자신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졌고 그로 인해 언론을 기피하게 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제 이런 여러 가지 무성한 소문의 밖에서, 즉 게임 상의 ‘포세이든’이 현실로 튀어나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3. 맺음말 – 올바른 온라인 게임 문화를 향한 그의 열정

  워낙 특이한 인물이라 ‘김영태’ 이자 ‘포세이든’인 한 사람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적어도 사진을 놓고, 인상이라도 한 번쯤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그는 어쩌면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인간관계를 대표해서 설명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그가 가진 스타성, 영웅성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것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지만, 온라인 게임에 대한 기존의 시각이 너무도 부정적인 면에 치우쳐 있기에 보통 잘 알지 못하는 밝은 면을 소개하려고 노력한 것이지 결코 그를 치켜세우려는 글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 두었으면 한다.

  듣기로는 전형적인 츄리닝 아저씨의 인상을 가졌다는 그에게서, 개인적으로, 폐인을 자처하고 한 우물을 파는 부단한 노력과 끈기, 비록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궁극에는 공익으로 연결시키는 그 모습 만큼은 배워야 하지 않나 싶다. 나 자신도 어느 분야의 폐인이 되고 또 다시 그 분야의 득도한 전문가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4. 참고 자료
  리니지 플레이 포럼 (http://lineage.playforum.net/)
  Newspos (http://www.newspos.com)
 

* 별첨 *
– 리니지 유저가 느끼는 리니지 세계 내 중산층의 문제 (현실 문제와 유사)
http://community.playforum.net:8080/bbs/prog/column?action=read&iid=10051006&kid=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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