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2008
 

   한글날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 노태우 정부가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발전에 지장이 있다며 국군의 날과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해버린것이 1991년이다. 그러다가 한글날은 2005년에 국경일이 되었다. 하지만 국경일이라고 다 쉬는 날이 되는 건 아니다. 현재 5대 국경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중 제헌절과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 2006년에 식목일, 2008년에 제헌절이 쉬는 날에서 제외됐으니 한글날도 쉬자! 는 말이 가당찮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저 공휴일들이 제외된 것도 유감일 뿐더러 한글날은 여전히 쉬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글이 세계 최고의 문자로 다른 문자 체제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다거나 뭐 그래서 한글을 세계공용어로! 뭐 이딴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어느 한글빠가 쓴 글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0&articleId=260964)과
이에 대한 정면 반박 “한글에 대한 오해” (http://ko.wikipedia.org/wiki/한글에_대한_오해) 를 보면 검토할 수 있다.

   사실 그보다 좀 꼴사나운건 평소에는 한글사랑 & 한글연구, 국어정보화에 그닥 큰 관심을 보이지않는 편인 온갖 포탈사이트/웹 서비스들의 일제 로고반응이다. 흥. 평소에 좀 이렇게 해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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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서비스에서는 자체개발한 한글 폰트도 무료로 내놓긴 했나본데, IT 회사라면 이쯤해서 세벌식 자판에도 관심을 가져줘야 되지 않나. 물론 사람이란 모름지기 익숙한 것이 더 편한 것이고, 그걸 다시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비용도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나도 세벌식 사용을 강권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소개는 되어야하지 않나? 현 정부가 그렇게 믿고 따르는 미국은 두벌식 같이 꼬져빠진 QWERTY 자판 (우리가 보통 쓰는 영어자판) 뿐만이 아니라 DVORAK 자판도 복수 표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세벌식처럼 극소수이지만 성능이나 효율면에서도 월등하기 때문이다.)

  세벌식 글판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내가 세벌식을 쓴다고 하면 이 새끼 완전 또라이, geek (좋은 말로 괴짜 적절한 번역으로는 컴퓨터폐인?) 아닌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두벌식 자판을 익히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나는 컴퓨터 자판을 쌩판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두벌식보다 세벌식이 훨씬 더 익히기 쉬울 것이라고 자신한다. 나는 수능시험을 끝내고 세벌식을 익혔는데, 그 전까지 두벌식 평균 타수가 600~700 타는 나올 정도로 (온라인 타자게임에 심취했었다) 두벌식에 익숙했던 터라 세벌식을 배우는 게 좀 괴로웠다. 그럼에도 고작 2주만에 세벌식 300타가 되었다. 키보드에 세벌식 스티커를 붙이고 아무리 갑갑해도 절대 두벌식을 치지 않기만 한다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제법 많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쉽게 세벌식으로 바꿀 수 있다!  (처음에는 한 50타쯤 치니까 메신저 대화상대에게 욕을 먹었다.)  세벌식은 현재 쓰고 있는 자판에서 그냥 윈도 설정만 바꾸면 바로 쓸 수 있다. 무슨 괴상한 다른 자판이 필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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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저 그림을 따라서 바로 설정을 바꾸었다가는 곧장 한글을 입력할 때 욕이 나온다… 여럿이 쓰는 컴퓨터일 경우에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컴퓨터 고장난 거 아닌가요?” ㅜㅜ  고장난 거 아닌데… 네이버에서 “원더걸스”를 검색하려고 했다간 “ㅣㅅㅇㄴㅕ애아ㅓ” 라고 입력하게 될테니ㅋㅋ   흔히 깔려있는 한글타자연습으로 자판을 익히면서 사용하면 된다. 뭐 어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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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많이 쓰이는 두벌식 자판은 아래와 같이 생겨먹은 것 자체가 좀 글렀다. 왼쪽에 자음, 오른쪽에 모음 이라는 두 가지 배열을 가지고 있어서 두벌식이다. 대충 급히 만들어서 표준이 된 거라 단순하기 짝이 없다. 영어도 아니고 한글을 자음 모음으로 나누어놓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도 자음 연타치느라 죽는다. “국가”, “밥벌이” 이런 걸 — 예시도 그냥 지금 떠올려본건데도– 두벌식으로 칠 때마다 좀 짜증난다. (현재 난 두벌식도 300타 쯤 칠 수 있는데, 아마 세벌치다 두벌치는 나같은 사람은 저 ㅈ같은 기분을 더 잘 알듯.  “국가가 밥벌이를 돕다가 짜증났다.” 이런 문장 치면 두벌에서는 진짜 졸라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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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세벌식 자판은 그럼 어떻게 생겨먹었는가.  아래와 같이 아름답다.  첫소리, 가운데 소리, 끝소리.  초성, 중성, 종성이 나누어져 배열되어있다!  (맨 오른쪽에 첫소리, 가운데 가운데 소리들, 왼쪽에 끝소리들이다) 이게 바로 한글 창제 원리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리듬감있게 피로감없이 그 어떤 단어나 문장이든 즐겁게 (세벌을 치다보면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즐거움을 느낀다) 타이핑을 할 수 있다.  똑깥은 자음이 2개씩이나 있어서 매우 복잡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써보면 매우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 쌍자음은 동일한 자음키를 두 번 연타해서 입력할 수 있다. 쉬프트Shift 키를 사용하는 이유는 편하게 ㄶㄺㄲㅄㄻㅀ 와 같은 복잡한 받침을 한방에 입력하기 위해서이다. 두벌식이라면 ㅆ같은 흔하디 흔한 받침을 입력하기 위해서 빈번하게 Shift 를 눌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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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벌식 자판에서 일어나는 황당한 일은 사실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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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깨비불 현상이라는건데,  두벌식에서 사랑을 치려면 “살” ?  뭐야 시발 사랑을 치려는데 살이 화면에 보이네?  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아무렇지도 않지만 자판을 처음 익히는 분들은 항상 저게 왜 저따위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보통 그런 질문을 황당해하며 컴맹티 내지 말라고 웃어넘기지만. 글쎄 뭐가 웃어넘길 일인지 모르겠다.

모아치기. 는 어떤가. 세벌식은 모아치기를 지원한다.  “한” 이라는 글자를 입력하기 위해 , ㅎ + ㅏ + ㄴ 말고도 세벌식에서는  아래와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key 3개를 한번에 동시에 눌러서 입력할 수도 있다.  헐.  물론 “헌” 으로 바꾸기 위에서는 “수정”상태에서 “한”위에 가서 ㅓ만 눌러주면 된다!

  • ++ㅏ
  • ㅏ++
  • ㅏ++
  • ++ㅏ
  •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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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이 글을 작성하는 데 쓴 몇몇 자료의 출처이자 한글 자판 세벌식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과 세벌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가이드를 가지고 있는 “세벌식 사랑 모임”의 배너들이다. 클릭하면 이동할 수 있다.

   한글날을 돌아보며, 한글을 사랑한다면 밥먹듯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자판도 한번쯤 돌아보자.

   아래의 동영상을 보라.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