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와 정치 2003-2 [현대 사회와 경제] 보고서 지도교수 : 조하현 Ⅰ. 서론 1. 카오스의 시대, 해법은 없나 2. 새 패러다임에 맞춘 정치 개혁 Ⅱ. 카오스 이론에 따른 정치 현실 분석의 예 1. 한국 정치의 카오스적 현실 2.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Ⅲ. 카오스와 정책 1. 카오스식 정책연구 2. 카오스 행정론 Ⅳ. 결론 Ⅴ. 참고자료 Ⅰ. 서론
1. 카오스의 시대, 해법은 없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카오스(chaos)는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카오스는 이미 전문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의 언론 보도를(심지어 2003. 2월에는 카오스 이론의 대표적인 예를 본따 [나비효과] 라는 그룹이 가수로 데뷔했다.) 통해 연일 소개되는 상식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 카오스(chaos)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일관되게 흐르는 규칙이 보이지 않는다. 무질서하기 짝이 없고 확정적인 미래도 없다. 천지창조 때와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막 태동하는 어수선한 세상이다.
———— 산업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만물은 선형적(linear)으로 움직였다. 위치와 운동속도를 알면 미래의 위상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초기조건에 의해 결과가 정해졌다. 일관된 흐름이 있어 입력과 출력이 비례했다. 바로 “뉴턴역학”이 지배하는 결정론과 인과론의 세계였다. 세기말에 등장한 새로운 혼돈의 패러다임은 이 같은 산업사회의 “법칙”들을 모조리 폐기시키고 있다. 모든 사물이 비선형적(nonlinear)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정형화가 불가능하다. 입력과 출력은 번번이 어긋난다. 그래서 예측도 의미가 없어졌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도 상대적인 것이 돼버렸다. 뉴턴역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 자리는 “상대성원리”와 전자의 이중성(입자이면서 파동)과 불확정성이라는 “양자역학”으로 대체됐다.
세상을 질서에서 혼돈으로 몰아가는 힘은 두뇌혁명이다. 물질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사회의 규칙을 적용할 수가 없다. 자연과 자본을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어서 종래의 경제논리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현대경제이론의 대전제인 “수확체감, 상품의 고정화, 균형, 합리적 행동”은 더 이상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 요소투입 증가율보다 생산증가가 엄청나게 많은 “수확체증” 현상이 더 보편적이다. 상품과 기술은 서로 결합하며 스스로 변모한다. 한곳으로 수렴하려는 균형현상도 발견할 수 없다. 경제주체들이 최적화를 목표로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가설은 “한정합리”로 대체됐다. 지식과 정보에 “수요-공급의 법칙”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더 떨어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도 새 배역을 찾아야 하게 됐다. 무한창조가 가능한 시장이어서 “자원의 희소성과 유한성”도 전제조건이 안 된다.
가치관도 혼돈 그 자체다. 20세기를 관통했던 냉전이 끝난 자리엔 종교와 인종을 내세운 분란과 이념부재가 얽히고 섥혀 더욱 복잡한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컴퓨터와 사상, 과학과 종교가 서로 뒤섞이며 개념의 장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뒤섞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종류의 음악이 동시에 유행한다. 다중선택(multi-option) 시대로의 진입이다. 획일적 양자택일과 흑백논리는 거부당한다. 영역구분이 없어지는 무경계(cross-over)의 세상이다. ——-한양대학교 동태경영연구소(www.FrimDynamics.com), 「21c 패러다임」
그러나 카오스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같이 혼돈 그 자체는 아니다. 겉으로는 불규칙하고 무질서 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재한 질서를 갖는다는 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그 안에는 프랙탈 구조(언제나 부분이 전체를 닮는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과 소수(小數)차원을 특징으로 갖는 형상)에서 보이는 자기유사성이 있고 결국에는 일정한 패턴이나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 학술원 이사인 하인스 페이겔스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을 극복해내고 새로운 사회를 이루어내는 나라가 다음 세기의 초강국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국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2. 새 패러다임에 맞춘 정치 개혁
그렇다면 왜 카오스와 “정치” 인가? 그것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정치 개혁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사회 제 분야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성장해갈 수 없다.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선택이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게 되는 실정이다. 이제는 정치 개혁을 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 개혁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미 최대 이슈가 되어버린 정치 개혁의 방향은 결국 앞에서 소개한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인 카오스 이론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갈수록 구태의연한 정치 모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예측 가능한 선거 결과는 줄어 갈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먼저 최근의 정치 현실에 나타난 카오스적 특징을 신문기사나 칼럼등과 같은 자료를 통해 분석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카오스 이론에 맞춘 정책연구와 행정에 대한 각각의 논문을 참조로 카오스 이론이 구체적으로 실제 정치 행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소개할 것이다.
Ⅱ. 카오스 이론에 따른 정치 현실 분석의 예
1. 한국 정치의 카오스적 현실
<수집한 신문 기사는 보도일자가 아닌 내용의 순서대로 편집하여 재구성 하였다. 이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혼란스러운 정치 현실을 되짚어본다.>
① 카오스 이론과 음모론 – 손호철의 세상읽기 <뉴스위크 524호 2002. 4. 10.>
‘한국 정치와 카오스 이론’, ‘음모론이 춤추는 사회’. 내가 이 난을 통해 썼던 두 칼럼의 제목이다. 전자는 남미의 나비 한마리의 날갯짓이 무수한 연쇄효과를 야기해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정치는 언제,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며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반면에 후자는 우리 사회에 불신과 증오의 정치가 깊게 자리잡고 있어 어떤 사건이 터지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믿지 않고 그 뒤에 음모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최근의 정치권 움직임을 보면 이 두 분석이 너무도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의 경선이 본격화되기 이전, 약 한달 전까지만 해도 누가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나아가 노무현 돌풍을 일으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크게 앞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해온 이인제 후보가 하루 아침에 추락해 경선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가 하면 선거본부를 해체하고 필마단기의 외로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한마디로, 최근의 민주당 경선과 정치권의 움직임은 한국 정치를 예측하고 분석하는데 카오스 이론, 나비 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음모 덕분이 아니라면 노무현 돌풍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비 이론, 카오스 이론처럼 노무현 돌풍은 제주에서의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서 시작해 여러 연쇄효과를 거치며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날갯짓은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김근태 후보의 양심선언이었는지 모른다. 金후보가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양심선언을 하면서 여론의 초점은 권노갑씨에게 모아졌고 이에 따라 이인제 후보가 기대했던 권노갑씨의 조직과 자금지원이 어려워진 것이 첫 날갯짓인지 모른다.
게다가 다음 경선지가 울산이라는 우연성은 노무현 돌풍을 증폭시켰고 이인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광주 승리를 계기로 태풍급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경선 시점에 터져나온 이회창 총재의 빌라 게이트는 노무현 후보가 구상해온 귀족 對 서민의 대결구도를 현실화시키면서 盧후보에 대한 지지를 폭발시키는데 일조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인터넷시대라는 사회구조적 변화와 국민경선제라는 새로운 경선 방식이다. 이는 과거와 같은 조직선거·돈선거를 무력화시켰고 수십명의 의원들을 지지세력으로 거느린 이인제 후보의 매머드 군단과 탄탄한 조직을 가진 한화갑 후보에 대항해 필마단기의 돈키호테 같은 盧후보의 승리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盧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적지인 부산에 자청해 내려갔다 참패하면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이라는 지지모임이 인터넷에 결성됐는데, 이 개미군단의 지지가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카오스적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야권은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이인제 후보가 갑자기 전략을 수정해 공세를 펴고 있는 盧후보에 대한 색깔론이 그중 한 변수고 盧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정계개편론이 또다른 변수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는 계속되고 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for NWK)
② <취재수첩> 촛불시위의 ‘나비효과’ <문화일보 2003년 06월 13일>
정확히 1년전 미군 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이 발생, 촛불시위가 번져 나갔을때 사람들은 ‘나비효과’를 이야기했다. “중국 베이징 하늘 나비의 작은 팔락거림이 다음날 미국 워싱턴 상공에 거대한 폭풍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예측 불가능한 연쇄반응의 결과를 나비효과로 표현하면서 카오스 이론을 만들었다. 촛불시위를 만든 사람들은 어린 두 여학생의 죽음이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고 평등한 한·미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다. 적어도 이 같은 ‘미국 새로 보기’ 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직접 촛불시위 에 참여했거나 전교조 선생님들로부터 반미수업을 받았던 학생들 은 6·25 전쟁의 영향이 남아있는 기성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미국관을 갖게 됐다. 이들 세대가 대통령이 되면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직접적인 나비효과는 미군재배치와 이로인한 엄청난 부담이다. 한국에 있는 미국측 관계자 그 누구도 사석 에서는 현재 한반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군의 재배치 방식에 여중생사건에 대한 미국의 감정이 개입돼 있음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미국은 군비증강을 강요하고 있다. 패트리엇 미사일 구입에 1조9600억원, 조기경보기 도입에 1조8000억원, 한국형 중형 헬기 사업에 2조원등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줄줄이 놓여있고 국내총생산(GDP)의 2.7%인 국방비를 5%로 늘리려면 국민의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됐다. 더 끔찍한 것은 미군의 재배치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애당초 반전과 평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촛불시위가 전쟁위기로 비화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그래서 카오스 이론이 생긴 것인지는 몰라도….
/ 이상호 사회1부차장 soo-lj@
③ 대한민국 대표들의 현명한 판단을… – <데스크 칼럼>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표결에 부쳐 <프레시안, 2003년 03월 28일>
한 가지 더. 지금은 혼돈(chaos)의 시대다. 자연계나 인간사회를 대상으로 한 카오스 이론의 핵심은 아주 조그마한 차이가 매우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경에 있는 나비의 팔락거림이 뉴욕에 거대한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파병 여부가 이번 전쟁의 결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의 운명은 물론 세계사 진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자신의 한 표가 이라크전 파병이라는 대세에 별 영향을 미치겠느냐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의원들의 한 표, 한 표는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④ <이라크戰> 미국의 진정한 적은 “시간’, <연합뉴스, 2003. 3. 31>
타임스에 인용된 존 루이스 거디스 예일대 교수(역사학)는 “카오스이론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럭일 경우 다른 어떤 곳에서는 토네이도를 일으킨다”고 말하고 “우리는 지금 이같은 나비의 상황중 하나에 서있고 전쟁이 더 길어진다면 세계 다른 지역에서 더 큰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ㆍ애리조나주)도 “바그다드 시가전은 이라크전의 장기화라는 큰 파장을 미칠 것이나 (나는) 한 두달내 전쟁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2.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여기서는 하나하나의 사안의 수준을 넘어서 정치 전반에 대해 새 패러다임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① 혼돈의 시대 – 이제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매일경제, 2003년 09월 19일>
이후 40여년이 흘렀다. 박정희와 3김 시대를 마감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2003년 현재를 ‘해방 이후와 같은 혼란기 ’라고 말한다.
9월 4일 국회에서는 여당인 민주당 의원끼리 욕하고 싸우며 ‘분당’으로 가는 첫 단추를 채웠다. 만일 당이 쪼개진다면 사상 최초로 여당이 분열되는 ‘말도 안 되는(?)’일이 벌어지게 된다. 정부의 공작에 따른 야당의 분당은 많이 봐왔어도 여당이 뭐가 아쉬워 분당이란 말인가.
야당은 또 어떤가. 여당이 흔들릴 때 똘똘 뭉치면 좋을텐데 역시 ‘세대교체론 ’으로 시끌시끌하다. 5공과 6공 시절의 사람은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묘하게 도 여당의 ‘신주류’가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여당과 야당의 사전적 의미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정치가 이럴진대 경제와 사회는 오죽하겠는가.
정말 국민들은 요즘 너무 혼란스럽다. 여야도 뒤바뀐 것 같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못 느끼고 시민단체의 힘은 부쩍 커졌고 노조와 한총련의 행동을 보면 친북세력처럼 보일 때도 있고 그렇다고 친북이 나쁘냐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 일정부분 반미세력이 외치는 말도 일리있게 들리는 등 아무튼 너무 갑자기 많은 것이 바뀐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져보면 많은 게 바뀌긴 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행동이 ‘패턴’에 따라 움 직였다면 요즘은 ‘이벤트’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짙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자신을 정의할 때 ‘영남’ ‘좌파’ 등 나름대로 구분이 있었다면 요즘은 사 안에 따라 ‘좌파’성향을 보이기도 하고 ‘친미’성향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지역감정은 상당히 사라진 듯 하다.
논리적 순일성도 사라져간다. 학생 운동권의 양대 상징이었던 NL(Nation’s lib er ty:민족해방주의)과 PD(People’s demo cracy:민중민주주의)도 참여정부 이후 NL시대가 왔는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다. 지금은 서로 구분이 사라져 애당초 뿌리인 NLPDR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처럼 변화가 너무 빨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니 ‘혼돈’이라 는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성장통■ 영어로 ‘카오스(Chaos)’로 부르는 ‘혼돈’은 물리학적으로는 불규칙적인 혼란현상을 말한다. 정해진 규모 속에서 ‘무작위’로 뽑는 랜덤(Random)과는 다른 개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정말 ‘혼돈’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정부가 뭐라하던 강남 아파트값은 ‘나 몰라라’하면서 계속 치솟아 15평짜리 가 6억원을 호가하고 타워팰리스는 평당 가격이 3000만원대에 육박한다. 또한 먹고 살만하다는 1만달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못살겠다’며 동반자살하는 가족이 부쩍 늘었다. IMF때도 이러진 않았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봐도 ‘주류’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주류냐 비주류냐 구분이 사라져 ‘퓨전(짬뽕)’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보보스족’ 도 부르조아와 보헤미안의 합성어다. 유시민 의원(개혁신당)이 말하는 ‘소셜 리버럴(Social Liberal)’도 나쁘게 보면 ‘사회와 타협하는 진보’라는 회색 단어처럼 보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회갈등론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박재환 교수(부산대)는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물론 박 교수는 지금의 혼란을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에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는 박정희 시절의 ‘효율’과 ‘결과우선주의’가 낳은 비민주적인 요소가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 배어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그 속에서 성장한 3김 정치는 스스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주변까지는 바꾸지 못해 결국 실패할 것으로 90년대 초 예상한 바 있다. 결국 사회 전반에 남아있던 비민주 적 요소 때문에 결국 YS나 DJ도 퇴임 후 아들이 구속되는 등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불행해지는 전철을 밟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참여정부 초기인 요즘 나타나는 혼돈의 느낌은 ‘우리나라 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는 증거라고 박 교수는 해석했다.
■현재의 혼돈은 과도기적 현상■ 한마디로 현재의 혼돈은 우리 사회가 너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그 급변의 중심에는 바로 글로벌과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세대 간 의식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홍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터넷의 발달로 젊은 세대의 영향력이 더 욱 커졌으며 그 과정에서 사회변동의 속도를 가치관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미스매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미스매칭이 바로 혼돈의 원인이기도 하다.
‘카오스’는 그리스 사람들의 우주개벽설에서 만물 발생 이전의 원초적인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이 얘긴 조만간 새로운 질서가 나타난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렇게 보면 현재의 혼돈은 과도기임에는 틀림없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한국사회는 현재 46억년 지구 역사와 200만년의 인류 역사상 어느 국가도 어느 민족도 해보지 못한 가장 진보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 윗 글에서는 카오스를 주로 ‘혼돈’의 개념으로 사용하여 대안의 제시는 부족하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현실 정치를 ‘카오스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편집했다. /
② 과학에서 찾아본 세상을 사는 희망[1] – ‘나비효과’ <오마이뉴스, 2003. 4. 17.>
사람들은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자신의 발걸음이 세상을 더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내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며 거대한 세상 속에 서있는 개인의 미약함을 바라보며 변화에 대한 희망을 잃기도 한다. ‘나비효과’에서 그 작은 희망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과학기술의 진보로 세상은 갈수록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나비효과’의 파급은 유기적 연결이 복잡하고 커질수록 그 효과를 발휘한다. 단 한명의 사스 감염자가 불과 몇주만에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을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작년 연말의 촛불시위를 기억한다.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이 남아있는 그 거리에 단 한사람의 네티즌이 제안한 촛불시위는 가상공간에서 그 파동이 커져 광화문을 촛불로 묻히게 했으며 그 함성은 현실 속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살아가며 내가 하는 하나의 행동에 의미를 두자. 그 발걸음 안에는 세상을 변화시킬 엄청난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음을 인지하자. 누가 아는가? 당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꿀 그 시작점이 될지.
결국 카오스의 시대에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대의민주주의 허점을 보완하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인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정량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역감정이나 당파 논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으며 사안에 따라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Ⅲ. 카오스와 정책
1. 카오스식 정책연구
현대사회는 복잡성, 불안정, 불균형, 급격한 변화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카오스의 시대이다. 그러나 정책 문제를 분석하고 처방하는 정책 패러다임은 안정과 균형적 세계관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정책 패러다임은 현대 사회의 카오스적 성격과 전환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여기에 기반을 둔 정책 처방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함으로써 오히려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문제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카오스 이론이 정책연구에 주는 시사점 분석」, 노화준 ] 에서는 카오스 이론이 새로운 질서 창조를 위한 정책 연구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해당 논문에서 그는 우선 종래의 뉴턴적 패러다임에서 행정 실무와 행정 연구가 갖게 되는 논리적 한계와 경험적 한계를 설명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에서는 행정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경제.사회 현상이나 행정관리의 대상이 되는 공공행정시스템의 현상들은 모두 안정과 균형이 정상상태였다. 그리고 이를 벗어난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통제를 가하여 다시 정상상태를 되찾을 수 있느냐가 주요과제이며 연구의 핵심 논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변화가 급격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짐에 따라서 불안정과 불균형이 오히려 정상적 인 것으로 인식될 만큼 빈번하게 나타남에 따라 종래의 파라다임으로는 이를 설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진단과 처방이 타당성과 신뢰성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1997년 11월 우리나라가 IMF의 지원을 받게 되기 까지 이르는 과정과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기로 결정된 이후 붕괴된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을 수습해 가는 과정을 들고 있다.
한편 정책 이론으로서의 카오스 패러다임의 주요 이점을 예측가능성의 향상, 정부간여 지침의 향상 (북합적 문제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곳에 가장 먼저 간여해야 하는가), 참여적 문제해결 가능성의 증대 (엘리트의 처방만으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킴), 시스템 목적 상태에 대한 센스 증진(사회적 난국 상태에서 그것을 돌파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길을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이해시킬 수 있음) 으로 정리하고 있다.
2. 카오스 행정론
한편 [「카오스 행정론의 유용성 평가」, 최성두 ] 에서는 카오스이론을 통해 행정관리와 조직을 연구하는 키엘(Kiel) 등의 학자들의 연구업적을 토대로, 이들의 ‘카오스 행정론’이 과연 기존 행정학이나 행정실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와 그 한계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우선 카오스 이론은 행정학에서 새로운 언어와 관점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위 카오스적인 것들, 즉 불확실성, 불확정성, 비선형성, 복잡성, 다중성, 모순, 비평형성, 비가역성, 불안정성, 간헐성, 자기변형성, 비주기성, 대칭성파괴, 요동, 무질서, 생성, 자발성, 불규칙성, 불연속성, 변덕성, 우연성, 비결정성, 예측불가능성, 의외성, 자기조직화, 자기변형성 등을 부정적인 요소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변화와 진보에 수반하는 자연적인 현상이거나 혹은 잘 활용하면 행정의 창의력을 촉발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다.
얀치와 키엘의 카오스 행정론을 검토하면서, 얀치(1979)의 ‘행정관리 진화모형’의 셋째 단계인 ‘역동적 조직과 산일적, 변형적 행정관리’에 집중한다. 조직이 목표 성취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완전 모색할 때까지 혼란과 질서간의 변화과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키엘(1994)의 ‘창조적 무질서의 활용론’에서는 무질서란 정부 조직을 변형시키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무질서라 함은 ‘파괴적 무질서’가 아니라 조직업무와 시민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시킬 가능성을 창출하도록 사람과 조직을 해방시키는 ‘창조적 무질서’ 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오스 이론의 행정학적 유용성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기존에 행정관리에 있어서 팽배한 불확실성에 대해 불신감과 억압, 통제의 반복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카오스이론은 행정조직과 개별정책의 자기진화, 자기조직화에 대한 신뢰감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카오스 패러다임은 기존 행정학의 이론적 불충분성을 지적해 준다는 점이다. 넷째, 카오스이론은 행정학자나 실무자에게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오만을 경계하고 행정의 제약조건을 인식하는 겸손을 촉진하게 한다. 다섯째, 카오스이론은 비록 카오스적 행동이 부분적으로 불안정하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 카오스 이론의 한계 역시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첫째, 체계이론의 패러다임과 비교해서 카오스이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정관리자들에게 조직을 개혁하고 행정업무를 개선하고 행정체계를 재정비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을 더 제공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둘째, 카오스이론은 기법측면에서 실제 행정관리에 손쉽게 적용가능한 공식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대표적인 카오스 행정이론가인 키엘이 제시하고 있는 조직혁신 대안들의 참신성에 문제가 있다. 네번째 의문점으로 키엘 등 카오스행정론자들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조직으로 ‘자기조직화기관’이 조직내 평범한 인간들에 의해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결론적으로 논문에서는 카오스 행정론이 무질서, 불안정, 변화로 가득찬 행정관리과정을 이해하고 행정개혁과 쇄신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틀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행정을 어떻게 더 잘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방법론의 제시에 있어서 아직 부족하고 초보적인 단계이며 주로 기존 행정학과 조직이론의 카오스론적 재해석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한계점을 노정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Ⅳ. 결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카오스 이론은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진 정치 현상을 보다 적확하게 진단하는 데 이미 사용되고 있다. 최근 언론의 정치 보도를 보면, 이론은 비단 선거와 같은 기본적인 참여 시스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정책 수립과 결정까지도 수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국민의 적극적이고 올바른 정치 참여를 요구한다. 카오스 이론의 특징 중의 하나인 초기 조건에의 민감성은 정치 행위에서 국민 각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나비효과’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정책 연구에 있어서 카오스 이론의 도입은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듯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행정론에 있어서는 다른 논문에서 지적하듯 장점과 더불어 여전히 많은 한계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결국 혼돈의 정치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국민 정치 의식 향상을 통한 시스템 예측 가능성의 증대와 종잡을 수 없는 카오스 현상 속에서 일정한 법칙과 질서를 찾아내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겠다.
Ⅴ. 참고자료
노화준,「카오스 이론이 정책연구에 주는 시사점 분석],『행정논총』, 1998, 36(1)
조하현. 이승국,「카오스와 금융시장」, 세경사, 2002
최성두,「카오스 행정론의 유용성 평가],『한국행정논집』, 2000, 12(4) p 595~607
박인규,「이라크전 파병동의안 표결에 부쳐],『프레시안-2003.03.28』
특집,「과학에서 찾아본 세상을 사는 희망 – ‘나비효과’],『오마이뉴스-2003.04.17』
이상호,「취재수첩-촛불시위의 ‘나비효과’],『문화일보-2003.06.13』
특집,「혼돈의 시대 – 이제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매일경제-2003.09.19』
비록 제가 쓴 보고서이지만, 당시에는 참 진지했지만 지금 저는 이 보고서 내용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혹여 이 글을 이용하실 분은 참고바랍니다. 이 보고서는 거의 고도의 개그입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