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2008
 

    나는 음악을 즐겨듣지도 않고, 노래도 못 부르고, 악기도 다룰 줄 아는 게 없다. 피아노는 배운 적이 있으니 연습을 하면 한 곡은 가까스로 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항상 음악이 따라다니는 거 같다. 친구들 중에는 출중한 애들이 많아서 난 늘 그걸 부러워만 한다. 그들은 내게 항상 좋은 음악을 들려주니 고맙다. 메신저에서 친구가 보내준 노래, 내 방에서 술을 마시며 친구가 틀어놓는 노래, 술 한 모금 마시곤 기타를 치며 불러주는 노래 등이 내겐 정말 소중하다.

   취향의 천박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진 않다. 나는 그만큼 음악에 조예가 있지도 않고 내 자신의 취향 자체도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막귀여서 좋은 연주와 나쁜 연주를 구별하지도 못하지만, 대중음악을 들을 때에도 이 보컬이, 이 음악이 어느 수준의 퀄리티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그냥 난 오래 전 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가사가 좋은 노래를 좋아했고, 쌉티나는 사운드를 좋아했고, 귀여운, 하지만 진짜 귀여운 것보다는 좀 덜 프로페셔널한 그런 어설픈 목소리의 여자보컬을 좋아했다는 정도. 추천받는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듣지만 그래도 그게 내 취향이라면 취향이다.

   파스텔 뮤직Pastel music 이라는 인디레이블이 인기라고 한다.  뭐 드라마 커피프린스나 CF음악, 혹은 영화 내사랑 (그 왜 이연희가 정말 귀엽게 나오는) 같은 데서 소개되면서 여자애들을 확 끌어당겼던 것 같다. 잘 몰랐는데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와 허밍어반스테레오 등도 이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인가보다.  파스텔이라니. 그냥 나는 ‘파스텔‘이라는 여성 2인조? 락 밴드가 떠올랐다. 크라잉넛의 노래를 듣다가, 파스텔의 베이스 김선희와 크라잉넛 박윤식의 듀엣곡 honey 를 통해 파스텔. 이라는 밴드를 알게 됐었는데…  요즘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조Yozoh 라는 보컬은 난 잘 몰랐지만, 나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무슨 홍대 3대 여신이라는 게 있고 그 중에 한 명이라고 하고, 성형수술을 했는지 어쨌는지 난 관심도 없었지만 시끄러워지면서 검색어에도 오르고, 인기가 있나보다. 목소리도 귀엽고, 인터뷰를 보아도 느낌은 좋다.  역시 꽤 오래 전에 우연찮게 고양이소야곡을 듣게 되면서 빠져들게 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그리고 거기의 여자보컬 송은지도 그리 귀엽거나 예쁘진 않지만 그 좀 슬픈 거 같은 분위기를 좀 좋아했는데…  그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와 요조?   요조는 누구지?

   

   내가 좋아하는 이런 여자보컬들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도 있는데, 주영준이가 친구라고 하는 우리학교 애라는데 나는 본 적이 없다. 무슨 담요? 의 연진이라고 맨날 영어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보컬도 좋은데 역시 본 적은 없다. 아무튼 내 취향은 꾸준하다. 하지만 문제는,

   늘 대중의 침해를 받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속 좁은 생각이지만, 나처럼 취향이 천박한 사람들은 어쩌면 동의할 수 있는,  내 솔직한 감정이다.  빅뱅을  구입하는 여자들이 요조도 구매한다.   삐뚤어진 나는 괜히 좀 싫다. 이건 마치 잘 알려지지 않은 여자배우를 나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자고 일어났더니 그녀가 대스타가 됐을때 느끼는 찝찝한 기분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업계관계자 친구의 말에 따르면 대중이 갖는 “음악성”이라는 기준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모른다. 국내 최고 수준의 작곡가가 곡을 써서 동방신기나 빅뱅 등에게 주어도 사람들은 아이돌그룹의 노래라는 굴레 안에서만 곡을 바라볼 뿐이다. 같은 작곡가의 같은 곡을 (그럴 순 없겠지만) 예를들어 박효신이나 성시경에게만 주어도 반응은 사뭇 달라진다. 하지만 박효신이더라도 악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악성’ 이라는 기준은 아마도 내비치는 세련된, 있어보이는 이미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나는 우울하게도, 여기에 한국 인디씬. 그러니까 쌉티나는 사운드의 활로가 있는 것 같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간극은 생각보다 넓지 않더라. 친구들이 잘 모르는, (공중파 버라이어티쇼에도 나오지 않는)  그런 마이너한 가수. 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차원의 세계를 보여준다거나 소박한 느낌을 풍겨준다면.  충분하다.  그것을 구입할 가치가 있다. 대중은 그들의 공연에 가고 싶어하고, 사진을 찍어둬서 자랑하고 싶어한다.  뭐 아는 바가 없지만 이런 좋은 기회는 잘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설사 그들이 돈이 없거나 실력이 없거나 경험이 없거나해서 정말 싸구려 음으로 앨범을 채웠더라도 그 자체로도 음악을 하고자하는 뜨거운 열정에 탄복하며 박수를 쳐 줄테니까…  라기 보다는 레어rare 하니까 내가 그들을 좋아하면 나도 좀 레어해 보일테니까.  나부터가 종종 그런 기분을 느낄때가 있다. 이건 정말 경험 상, 먹히는 마케팅일 수 있다!  하지만 더이상 레어하지 않다면 어떨까???
   
   말을 180도 바꾸어서 어쩜 오버와 언더(인디)의 간극은 생각보다 정말 넓다.  요조만큼이라도 귀여운 얼굴이 아니라면  대중의 관심을 받기 힘들겠지만.  관심을 받는다하더라도 그것은 원더걸스나 빅뱅에 보내는 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 피나게 연습하여 무대에 서게 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여가며 스스로 신나서 작곡 작사를 하고 서로 무대에서 서툰 공연을 지켜보며 그렇게 즐겨온 친구들이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아무리 뜨더라도 결국 누구 잘나가는 애 피쳐링이나 해주고, 드라마 삽입곡이나 CF주제가용 음원을 계속 제공하면서 그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음악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가사의 노래를 귀엽게 부르는 요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관련스토리 블로그 ; 사진이 더 보고 싶다면)

Give me you’re Banana
Let me taste you’re Banana

덜 익은 푸른 바나나
입안에 노랗게 변하고
시간이 흐른다는 걸
아무도 모르죠

입술로 노래 부르고
즐겁게 사진도 찍고
여기는 우리 둘 그리고
덜 익은 바나나

냠냠냠냠
쩝쩝쩝쩝
후릅후릅

친절히 직접 해명까지 한다.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