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2006
 


문득,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읽던 책을 던져 버리고
눈을 감고는
쿵쾅거리는 내 생명의 고동을 느껴봅니다.
간지러운 볼을 닦으며
숨 한번 크게 내쉬질 못하고.



눈물,


어쩌면 좋아 바보같은 날
왜 살어 죽어버리지 수백번 내가 날 죽이고
쓰러지지도 않아, 잘 먹고 잘 자네-
위로하는 이 있어도 알아주는 인 없어…
그래도 눈물은 흐르더라. 웃을 때,
괜찮다고 추스려도, 힘내자고 할 때도
그래 너 뿐이구나.
너마저 말라버리면 정말 어쩌지?



친구,


지난 밤
전혀 다른 모습에
나와 똑같은 친구와
까프리이슬이잭다넬밸런탄….
이름도 다양한 여인들을 불러
날새 목마름을 적시다
시계는 육자를 가리키는데
세상 조금도 밝아질 기미 없고
또렷한 보름달엔
번지는 빛의 낭만도 없다.
잘가친구야 흘린 웃음에
기억이 섞여있었을까
실눈사이에 가득찬
내 방의 쓰레기가
서럽게 웃고 있었다.



바보,


지나치게 자기현시욕이 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안타깝게도 타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일에만 주력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일에 실패를 초래해도 절대로 자신의 책임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랑도 멀리 도망쳐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도 사랑에 대한 희망은 있습니다.


  아상(我相)에 갇혀 있는 자신을 향해 하루에도 몇 번 씩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만 있다면 장담컨대 진정한 사랑을 기대하셔도 무방합니다.
 
 
            – 그녀의 선물; 이외수 우화상자, [바보 바보] 中



—————


지인들을 불러 모아 위로한답시고 폭음을 하고, 시끌벅적하게 솔로선언을 하고, 울고불고성내고…
그게 화끈하고 깔끔하게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이래요.


저는 꺼꾸리였어요. 평소보다 시험을 더 잘 보아야한다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어떻게든 붙잡고 있었고
폭음은 커녕 늦잠자다 빼먹곤 하던 1교시도 꼬박꼬박 나갔어요, 새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며 잠을 설쳤으니까.
술은, 하루 쳇바퀴를 다 돌고 방에 가는 길에 잠 잘 오라고 혼자서 야금야금 마셨어요.



사실 이별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거죠.


사귀자고해서 사귀고, 헤어지자해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시 잘 될거라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우리는 헤어질 수가 없는, 헤어져서는 안 되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죠.
저는 여느 때보다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었다고- 그렇게 기억하지만..,
휴…
 
훈련병 시절, 꿈 속에 나온 그녀가 반가웠어요.
근무 설 때면 저는 쉴 새없이 떠들곤 했는데
어쩌다 혼자 쿨쿨 잠만 자는 선임의 부사수로 나섰을 땐
비가 추적추적 올 땐,
생각났죠.


이제 늘 사수로 근무를 나서며
후임이 지난 사랑얘기를 할 때마다 뭐 좀 아는양 훈수를 둡니다만
 
그녀가 가끔 날 생각하긴 할까.
마주칠 수 밖에 없는데, 뭐라고 말을 건네야 할까.


아는 게 없어요.


헤어진게 벌써 1년 9개월이나 지났어요?
아직 1년 9개월밖에 안됐어요?


그냥, 조금은 후회되요.
이외수의 바보바보를 그저 그림많고 글자적은 선물용 책이라고 오랫동안 책꽂이에 쳐 박아뒀던 것 보다도-


제가 너무 온 몸으로 이별을 맞이한 건 아닌지.
남들처럼 그렇게 한바탕 시끄럽게 굴고 말았으면,
그렇게 그녀를 잠시 접어뒀다면,
어쩜 진짜 다시 사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진흙탕 같은 내 머릿 속에서,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 속에서
1년 9개월 째
그녀는 더럽혀지고, 사라져버린 듯-



사랑은 그렇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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