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2005
 









2004-1 사이버 공간의 심리 2차 보고서







젊은 세대의 심리와 라이프 스타일







이 훈 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2학년











< 요약 >



  6개의 글에 대체로 공감한다. 삶의 방식의 세대 차이를 두드러지는 구체적 현상을 중심으로 심리적 근거를 사용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글이다. 특히 이미지의 심리에 관한 네 번째 글은, 기존에 강요 되다시피 했던 고정된 하나의 자아정체성에서 탈피해서 사이버 공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공유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젊은 세대의 사고와 행동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사이버 공간의 변화가 워낙 빠른 만큼 지적된 것 중 어떤 부분은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자기가 만든 규칙과 세상은 물론 여전히 유효하지만, 많은 젊은 세대들은 이미 6개의 글들에서 지적된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의 특징들을 넘나드는 것으로 보인다.







< 상술 >



: 나이의 문제가 아니지만, 나이가 문제가 된다. 규칙이 필요하다.



  두 번째 글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세대의 차이는 결코 연령의 차이가 아니다. 사고의 틀과 같은 심리적 차이이다. 따라서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나이가 문제인가? 그것은 이와 같은 심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은 역사적 공통 경험에 따른 동질감을 가지고 있고, 서로 교류의 기회가 많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생각은 다른데 나이가 같아서 한 물에서 놀 기회가 많다면, 이것은 갈등의 불씨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을 방지하고 해결하는 중재자나 그에 해당하는 규칙이 존재하게 된다. 비록 사이버 공간이 그 속에 수많은 세계–예컨대 온라인 게임의 종류에 따라서, 사이트 주소에 따라서– 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원리, 규칙이 존재하게 되겠지만, 많은 젊은 세대들이 그 규칙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님에도 대부분 순응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그것이 비록 통합을 요구하는 경직된 규칙이 아닐지라도 놀이판을 깨지 않을 집단의 최소한의 규칙에는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온라인 게임의 운영자 캐릭터 혹은 소수의 고수 캐릭터, 각 사이트의 대표 원제작자– 예) 디시인사이드의 유식대장(김유식), 알지롱의 고펑, 김풍넷의 김풍– 등은 마치 귀여운 독재자와 같은 이미지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어른 세대를 닮은 폐인들, 끼리끼리 논다.



  오래 전 PC통신 시절부터 친했던 한 사람(염효선, 22, 인천)이 자신의 디시인사이드 활동경험을 얘기하는 가운데 색다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시인사이드 내에서는 게시판 (이미지가 소통되는 사이버 상의 공간 단위) 별로 인간관계나 활동이 이루어지는데, 진정으로 그 게시판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나가 실제 구성원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라인 상에서 아무리 색다른 컨셉 (=이미지, 남들에게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만들어 가는 것을 폐인들은 대개 알아본다) 을 보여주어도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찮다고 한다. 문제는 그들의 대부분이 부잣집 아들이거나 고소득 전문 직종 혹은 고학력의 사람들이었다는 데 있다. 결국 자신은 이질감을 느껴 관계형성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혈맹 이름을 보면 아예 현실의 지역에 기반을 둔 “인천연합”이니, 학교에 기반을 둔 “무슨학교”등이 있다. 이미지로 의사소통하고 기존 세대의 규범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폐인들도 끼리끼리 문화는 거절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 새 패러다임도 지루하다?



  사이버신인류들이“좋아하는 일에만 매진했더니 나도 모르게 성공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실제로 알지롱 등의 몇몇 사이트에 글을 올려본 결과 “어떤 면에서 볼 땐 존나 진부한 고백담 같은 느낌..(팬한텐 미안합니다~)” 와 같은 반응이 많았다. 즉 많은 폐인들은 이제 이 같은 좋은 사례에 왠지 모를 지루함을 느낀다. 최근 수 년째 접하게 되는 성공스토리는 다 그런 식이다. 그리고 단순하지 않은 세상에서 그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이뤄낸 한 개인의 성취를 많은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따라하게 마련이다. 결국 문제는 이 같은 행동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방법론” 으로 구 패러다임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도 좋아하는 일만 잘 찾으면 되는데, 특출난 거 하나면 대박 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폐인은 폐인이지만 제대로 놀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소일하는 진짜 폐인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이미지의 심리에 관한 보충 : 창조자와 향유자가 다른 문화



  어떤 사람이 사이버신인류인가? 사이버신인류를 가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컴퓨터 앞에 종일 앉아있어야 하는가, 온라인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가.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사이버신인류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인 문화 창조자와 향유자의 일치는 거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리플달기" 등으로 사이버 공간을 채우는 것에 열심힌 사람은, 자신이 직접 그리거나 디자인한 작품 (혹은 사진) 을 보여주는 사람보다 덜 창조적이다. 대개 소수의 재주꾼 (온라인 게임에서는 마우스 재간이 좋거나 게임 요령, 아이디어가 좋은 유저) 에 의해 새롭고 흥미 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배포된다. 그리고 그것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획일적인 반응이 아닌 다양하고 재치있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창조자는 창조만 하고 향유자는 향유만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사이버신인류 속에서도 소수의 진정한 폐인들만이 폐인들 사이에서 의제를 설정할 수 있을 정도의 이미지 창조/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이버신인류의 폐쇄성과 개방성: 생활 공간은 다르고, 이슈에 따라 모인다.



  사이버신인류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멀티태스킹을 이용하여 여러 개의 창을 띄우고 폭발적으로 다양한 자기 이미지를 표현해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주된 본거지가 있다. 아무리 유목민이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애착 지점이 생기는 것이다. 곧,이는 종종 생활 공간의 차이, 폐인에도 계열이 있다는 이야기로 거론된다. 그리고 이들 생활 공간 단위 간의 다툼도 잦은 편이다. 얼마 전에 스타크래프트 랭킹 사이트인 prg21 과 디시인사이드의 상호 비방, PC통신 나우누리 폐인을 그들의 뿌리로 생각하는 디시인사이드는 하이텔 서당을 뿌리로 생각하는 알지롱과 다툼이 잦은 것도 사실이다. 마치 현실에서 본을 따지고 출신지를 따지는 것처럼 사이버신인류 역시 평소 드러내지 않지만 극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때는 가능한 치사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가며 자신의 생활 공간을 결속하고 방어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촛불시위, 독도문제, 일본과의 사이버 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 이슈에 따라서 이들은 대개 개방적이고 협동적이다. 즉, 자신만의 방과 같이 편안하게 말초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생활 공간은 그것대로 두고 상황에 따라 폭발적으로 반응 할 수 있는 공간도 때에 따라 만들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 사이버 공간 규제에 관한 전망 – 시간이 지나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자율적 규제이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자층이 폭발적으로 다양한 사용방식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사이버 공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친 하나의 윤리적 기준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사이버 문화의 향유자와 사이버 윤리를 도입하려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과 똑같이 편의적으로 통제하려는 시각으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도 하다. 적게는 2006년, 많게는 2010년경이 되어야 인터넷이 생활문화인 실질적인 인터넷 세대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거나 (10-20대가 많으므로) 혹은 사회적 위치의 변화 (상승)에 따라 사이버 윤리의 합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새로운 사고 방식과 행동이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서 구체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단계의 현실 관계에 많이 개입될수록 가속화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사이버신인류에 대한 이해 수준 역시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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