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끝~!” 이것은 TV속의 모 세제 광고에나오는 멘트만이 아니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라는 해괴한(?) 제목의 연극의 끝을 이루는 대사이다. 인간성이 실종된 각좀 범죄에 관한 보도가 신문의 사회면을 가득 채우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비록 연극에서였지만 사람들의 지저분한 마음을 깨끗이 세탁해 준 연극에 우선 경의를 표한다.
이 연극에는 온갖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소위 밑바닥 인생부터 부모로 부터 물려받을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까지. 그리고 이렇게 서로 이질적인 사람들도 적어도 “돈”이라는 물질 앞에서 만큼은 동일해진다. 생각하면 그들을 이질적으로 분류하는 것 부터가 “돈”의 소유 정도가 기준이 된다. 결국 돈이 문제란 말인가?
연극이 꼬집고 있는 이 표면적 문제, 나아가 욕망과 행복이라는 철학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미 진부할 정도로 많은 논의를 해 왔다. 우리 중에 그 누가 “세상은 돈이 전부야.”, “저 세탁소 주인처럼 살지는 않겠어!” 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돈이 사람 위에 올라선 인간성 파괴의 세상은 갈수록 심해진다.
이 연극의 감동은 그런 메시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극은 계란 장사와 전라도 사투리, 정겨운 시골의 농촌 달력의 리얼리티로 무대 상황에 눈을 붙잡아두고는 흡사 빨래하듯 관객을 주무른다. 억지가 아닌 웃음과 울음을 반복하는 가운데 관객인 나의 마음에 찌든 때를 해소해 주는 것이다. 메시지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현되고 체득된다. 세탁기를 돌고 나와 깨끗한 하얀 옷을 입고서 환한 웃음으로 춤추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 어찌나 상쾌하고 개운해 보이는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연극 중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 “오아시스 세탁소” 만들기가 극이 끝난 지금 내 가슴 속에 하나의 의무감이 되어 메아리 친다. 마치 진정한 감동을 선사한 이 연극의 가치를 바로 말해주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