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22001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초등학생 시절 내내 일기 잘 쓴다고 소문났던 내가 말이다. 이제는 내킬때만 쓰게 되었다. 아홉시 뉴스를 들으며 뜨듯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끄적끄적 써 내려갔던 시절. –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이다. 아무말이나 정리되어 있지 않은 그 어떤 것이라도 써 내려가면 그만이다.

또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에 정말 오랜만에 은진이와 채팅을 하게 되어 잠을 못 잤더니 하루가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다. 머리가 아프고 목도 칼칼한 것이 감기기운도 있는 것 같고…

사실 요즘 내가 좀 헤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항상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감에 충만하여 온갖 것들을 다 내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인양하며 지내온 것 같은데, 요사이는 그렇지가 못하다. 나에게 여러 가지 일들이 맡겨졌다는 부담감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 내가 맡고자 해서 맡은 일인데. 내가 하고자 해서 하는 일인데. 뭐, 이 몸이 태어나 만인류를 위한….어쩌고 하는 말은 집어치우고. 철이 들었나. 어쩐지 내 역할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고 그에 따른 할일도 생각하고는 부담감을 가지면서 막상 하기는 싫고 그러면서 또 자책하는 후… 뭐 그런 상태라고 설명이 되는 것 같다.

큰 아들, 형, 학생, 관심사 ; 사회. 컴퓨터. 철학 등 (꽤 여러분야 하!), 운동해서 건강해지기, 수학공부, 영어공부, 국어공부…. 컴퓨터 동아리 부장 일, 교우 관계.., 삶의 여유, 학습지 풀기….각종 일상—내가 만든 모든 것들— 이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만 생각된다. 갑갑하다.

오늘은 (이란 말은 일기에 쓰지 말라 했던가.) 밤 공기가 좋다. 친구라곤 몇이나 가졌을까 하는 나란 놈에게 칼칼한 목을 긁다 숨구멍으로 넘어가는 밤공기가 좋았다. 새 일기장의 첫페이지를 무겁게 받쳐 놓았으니 다음 페이지부터는 붕붕 띄워볼 심산이라. 어서 이불 속에서 좀더 신나는 하루하루를 그려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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