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12001
 

– ‘조창인; 가시고기’를 읽고 –

누구나 아는 베스트셀러인 ‘가시고기’를 읽기전의 설레임 속의 내가 떠오른다. 지난 해 여름방학 전에 생물 선생님께서 권하시던 책. 눈물없이는 덮을 수 없다는 그 책. ‘가시고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익히 주위로부터 들어오던 터였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그 내용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쉴 새 없이 읽어 내려간 ‘가시고기’는 정말인지 슬픈 이야기였다. 아이의 눈과 작가의 눈을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녹아내린 아버지의 아들 사랑은 너무나도 애틋했다. 실제로도 충분히 개연성이야 있는 일이지만 대체 이런 마음 아픈 일이 있을 수 있나 생각했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 다움이 곁에서 함께 투병하는 이혼한 아버지가 집도 팔고 시인의 꿈도 접어버린 채 시집도 팔아 입원비 마련하고, 양심을 속이며 한쪽 눈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했는데… 그런데도 결국 사랑하는 아이는 아내에게 맡기고 간암으로 죽어간단 말인가. 제기랄!

코 끝을 때려 우리들 아버지의 마음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우쳐주는 잔인한 슬픔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랑의 눈을 틔워주는 행복한 가시고기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을 해봤다. 나는 정말 사악한 영혼의 소유자인가보다. 내심 이해타산적인 면이 없지 않다. 사랑을 베풀고 나누는 삶보다 어떻게 내 마음대로만 해 볼 도리는 없는가를 앞 쪽에 두는 사람인 것 같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책 속의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건만 책 속에서 화가의 길을 걷는 어머니와는 대조적으로 자존심은 개나 주라며 시를 포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다른 어느 것보다 내 마음을 뒤흔든다.

인간성 상실, 감정의 메마름으로 진짜 행복을 잃어가는 마당에 좋은 약의 따뜻한 기운이 차가운 온 몸을 감싸는 것만 같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서 아들을 위했던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 놓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삶이었다는 것을 헤아릴 수 있을 듯 하다.

사랑하고 싶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인간 모두든지. 나도 사랑하는 그들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조금 더 보태주고 싶다. 그러니까 당장이라도 쉽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그들을 돕는 것이 진짜 내 행복일 것이라는 마음이다.

가시고기의 마음을 지닌 사람은 가시고기처럼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소설 속이 아니라 진짜 내 책상 앞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