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12001
 

– ‘법정; 오두막 편지’ 를 읽고 –

유난히도 눈을 많이 보았던 길고도 짧은 겨울방학의 끝에 섰다. 보충수업이다 뭐다해서 겨우 게으름은 면했건만. 방학내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무언가에 끌려다니고 자꾸만 조급해져가는 것만 같아 마음 고생은 심했던 기분이다. 제 생각의 굴레에서만 멤돌며 허비해버린 시간의 열매는 없었다. 답답할 수록 눈과 귀를 열어 온갖 것에 관심을 기울여 나를 비추어 내어야 했음을 몰랐던가. 조금전에서야 덮을 수 있었던 한 스님의 산문집은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한다.

나는 이 책을 꽤나 오랫동안 읽었다. 앞서 말한 ‘제 생각의 굴레’도 문제이지만 한 구절 한 구절에서 의미를 꺼내려는 지나친 욕심 때문인 듯 하다. 지난 내 생일, 어머니의 친구께서 선물로 주신 이 책을 마냥 꽂아만 두었다가 과제물 목록에서 발견했기에 읽기 전의 기대가 몹시 컸었나 보다.

몇 페이지만 넘겨보아도 알 수 있는 스님의 삶은 그야말로 ‘자연 속의 인간’ 이었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오두막 흙방에서 봄꽃에 취해 노래하고, 장마비 소리와 함께 마음을 적시며, 가을의 서늘함에 차 맛이 새롭고, 추운 겨울은 장작만 충분하면 두렵지 않은 그다. 교과서적인 ‘안빈낙도(安貧樂道)요, 살아있는 신선이라고 할 수 밖에.

그런 스님의 글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흐름에 거스르지 말라’라는 이야기꽃은 이제 나의 가슴에도 피어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흐르며 변화하고자 다짐하면서 말이다. ‘자연과 함께’를 바탕으로 그는 또한 ‘가난하면서도 여유롭게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 ‘검소, 명상, 그리움, 여유, 절제, 나눔…’ 순서없이 적어본 낱말들이 스님을 대신해서 참된 행복이 무엇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같은 글이라도 내가 썼다면 그것은 하나의 이상이요, 한낱 소설에 불과 했으리라. 일상적인 생활을 담담하게 녹여낸 스님의 “산문집”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불문(佛門)과는 관련이 없겠으나 나의 이상이라고 말할 것 같다면 역시 ‘중생 구제’ 일까?

그다지 구체적이지 못한 이상의 실현 계획 속에 시간이 흘러간다고 마음만 조급해져 이불 속에서 혼자 머리를 싸맸던 나에게 있어 이 책은 많은 실마리를 제시해 준 셈이다.

나는 출가 수행자가 아니다. 하지만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각종 사회병폐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 정부를 탓하고 사회를 탓하기 전에 나 먼저 나 라도 바른 길로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동의하면서 아래와 같이 적는다.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여유롭게,

자연 만물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광적으로 즐기면서,

그러면서 사는 이유를 찾고…

조그만 실천으로 차근차근 이웃을 도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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