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2000
 

<독서감상문> – 삼대 –

– 나를 통찰하는 능력 –


삼대는 여러모로 복잡한 소설이다. 길이가 길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인물 각각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듯 하다.

읽고 나서 느껴지는 것, 첫째는 작가 염상섭님의 능력에 탄복하는 것이다. 내가 본래 자만이 심하여 타 소설 같은 경우에는 (대개, 단편) “표현에 있어서 세련되지 못해서 그렇지 저 정도 이야기는 지어낼 수 있겠다.” 하곤 한다. 하지만 치밀한 구성능력과 사건을 탄탄히 이어나가는 장편의 경우 두 손을 들고서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삼대라는 소설은 작가가 그 시대현실에 대해서 엄청난 연구를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작가에게 더욱 더 경의를 표한다.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겠으나 나는 삼대를 ‘시대를 통찰하는 능력을 재는 대회장’ 정도로 요약하고 싶다. 결국에 급격한 시대변화에 기인한 이야기이므로 ‘화랑의 후예’ 감상문과 겹쳐지지만 변화, 보수 세력식이 아닌 시대통찰을 운운한 이유가 있다. 소설의 끝 부분에서 덕기가 느끼는 책임감은 작가가 덕기에게 자신이 가진 시대 통찰의 능력을 넘겨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술집 안까지 비춰가며 글로 쓰기에는 뭐해보이는 대화까지 묘사되는 가운데 이상야릇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마도 과거 회상에 의존하고., 지금의 황금만능주의적인 혼탁한 세태를 틈탄 순수낭만소설류나 감동적인 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지금의 판국에서 훌륭한 시대극을 읽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나는 아직 어리다고 한다. 물론 나도 어린 채로 지금대로 이 생각 저 생각 해가면서 언제나 방학을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뭔지 모를 미성년의 한계라는 것에 화가나기도 한다. 나는 문제 투성이다. 행동보다는 말이 앞선다. 내가 어디만큼 있는지 어떠한 상황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대부분을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지만 가끔씩 공명심이나 명예욕 따위가 맘 속을 파고들기도 하고….

시대를 보는 눈 까진 필요도 없다. 한참 밖으로 샌 이야기 같지만 나 자신을 잘 아는 것 – 그것을 해내고 싶다. 도대체 나란 놈은 어떤 자인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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