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52006
 

사실은
<詩 全文>

-김대현

우린 그때
서로 더 많이 잊어버렸음을 경쟁했고
아무렇지 않기 위해 간도 내어줄 것처럼 굴었다
상처받는 것보다 그걸 들키는 게 무서운 세상에서
떠나보내기보단 먼저 떠나오는 것이 마음 편했다
돌아서는 길, 저마다 힘겹다 웅얼거렸지만
뒤돌아선 등들은 표정이 없었다

아무도 잊혀졌다, 하지 않고
잊어버렸다, 이야기했다
숨죽인 눈빛으로 모든 걸 헤아리는 듯
번득이는 시선이 도시를 훑고 지나가면
연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세상은 조용했다
이따금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기 위해
서로 앞다퉈 던져버린 기억의 공터
잊지말잔 구호는 흙먼지로 날리고
추억할 것 없으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잊지 않고 살 수는 없다는 것 위에
잊어버린 것이 이미 미덕인 사람들에겐
그 어떤 진실도 눈물도 더는 소용이 없었다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