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2004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해준 귀한 모자를 잃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손에서 잠시 놓친 것도 몰랐습니다.
  안 보여서 미친 듯이 찾으며 돌아다녔습니다.
  이 방 저 방, 염치 불구하고 문을 열어 물어 보았습니다.
  복도에 떨어진 걸 본 사람이 몇 있었습니다. 그대로 지나쳤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는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모자가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핀잔을 받았습니다.
  비싸고 귀한 모자라는 말에 나와서 같이 찾아봐 주는 이도 있었습니다.
  ‘모자는 누가 주우면 가져가 버려요’ 온 네 개 층을 다 뒤지고 다닌 끝에 이 말을 마지막으로 듣고는 찾는 걸 그만 두었습니다.
  자리에 돌아와 털썩 앉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자 하나 가지고 눈물이라니……그런데, 순간, 그 모자를 선물한 사람과 함께 했던 즐거운 기억들, 모자를 쓰고 뽐내던 행복한 순간들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모자를 살 때 내게 말을 걸어왔던 귀여운 어린 아이, 거울 속에 비치던 내 얼굴, 모자를 골라주던 그 사람, ‘good fashion’이라고 했던 전 상사, 모자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했던 동료들, ’얼굴을 가릴수록 나은가 보죠‘라는 말에 웃음을 터뜨리던 사람들…
   …떠나버린 사람, 이제는 떠나버렸는데, 마음 속에서는 떠나보내지 않고, 추운 바람 불 때마다 모자처럼 써 보려고 했었나 봅니다.
  모자만 잃었을 뿐인데, 그 추억마저 몽땅 없어져 버린 것 같아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나는 이렇게 두 번이나 그가 선물한 모자를 잃었습니다. 첫 번째 잃어버렸을 때, 그는 비슷한 모자를 다시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은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선물받을 모자가 없습니다. 나는 더 이상 얼굴을 가리지 못합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다시는 다시는 모자 따윈 쓰고 다니지 말자라는 다짐만 되뇌입니다.
 


  그런데, 더 슬픈 이유가 있나봅니다. 왜냐면 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원래 물건을 잘 잃어버려서 뭘 잃어버렸다고 울지는 않거든요.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은수 때문입니다. 은수는 엄마 제일 친한 친구의 두 아들 중 큰 아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습니다. 다른 지방에 살아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고, 은수는 남자 아이였기 때문에 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들끼리는 너무나 친한 친구였기에, 우리 엄마의 사랑이 은수 엄마에게로 옮겨가고 은수 엄마의 사랑이 우리 엄마에게로 옮겨와서 우리들은 두 어머니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났습니다.
  은수 아빠는 아주 잘생긴 의사입니다. 은수 아빠는 결혼 전에 우리 엄마를 좋아했는데, 그 때 우리 엄마는 우리 아빠를 사귀고 계셔서 우리 엄마의 친구인 은수 엄마가 은수 아빠와 결혼했습니다. 은수 아빠와 우리 엄마는 농담을 주고 받는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은수의 동생 은호는 공부를 잘했으나 은수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말썽꾸러기 개구쟁이였지만, 부모님들이 잘 키워서 너무나 해맑고 당당한 아이였습니다. 우리 모두 대학생일 때, 은수가 서울에서 얼마간 영어 공부를 하며 겨울 방학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가 은수를 몇 번 만나 재미있게 논 일이 있었습니다. 은수는 아주 잘생긴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내 친구 중에 한 명은 소설책 두꺼운 걸 하루만에 다 읽어’라며 신기하다는 듯 순진하게 웃어대던 은수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너무 잘 불러 나와 내 여동생을 기죽이곤 했습니다.
  내가 미국에 가기 전에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지방에서 마지막 시험을 치러야 했을 때, 은수네 집에서 며칠 묵었는데, 은수는 또 서울에서 받은 대접에 보답한다고 운전사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은수는 운전을 아주 잘했습니다. 작은 도시의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는데, 작은 극장들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은수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나는 잘 알지도 못했는데, 엄마가 어제 아침 일찍 그 전화를 받는데 옆에 있다가 잠시 울고 말았습니다. 잘 알지도 못했는데…..학교에 가야 해서 울음을 삼켰습니다. 오늘 엄마가 그러시는데, 아빠는 어제 하루종일 우울하셨다고 합니다. 두 분은 내일 은수네로 내려가십니다.


  모자를 잃어버렸을 때, 은수를 잃어버린 은수네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못다 울은 눈물이 나왔나 봅니다.
  모자 하나 잃어버려도 이렇게 슬픈데 우리 가족과 은수네 가족은 은수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추억마저 없어져 버린 것 같아 너무나 슬픕니다.
 
  아니면, 그 보금자리 없는 추억이 내 주위를 정처없이 떠돌 것 같아,
  앞으로도 오랫동안 떠돌 것 같아 슬픈 것인지……..



——

  min. 울면서 글을 쓰는 걸 내가 직접 봤기에
  나 역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
  (사실 내가 눈물이 많은건 아니고- ^^)
 

——-



Oh my love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eyes are wide open.
Oh my lover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eyes can see.
I see the wind.
Oh, I see the trees.
Everything is clear in my heart.
I see the clouds.
Oh, I see the sky.
Everything is clear in our world.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mind is wide open.
Oh my lover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mind can feel.
I feel the sorrow.
Oh, I feel dreams.
Everything is clear in my heart.
I feel life.
Oh, I feel love.
Everything is clear in ou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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