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2007
허승 놈이랑 무한 막고기를 배불리 먹고, 맥주 한 잔 하러 가는 길에 결론을 내렸다.
<머리를 언제 감느냐가 하루의 시작을 결정한다. >
아침에 눈을 뜨면 날이 밝아오는 게 싫어서 다시 잠을 청한다. 잠이 그리 오지 않음에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왜일까?? 일어나면 기다리고 있는 일거리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적막한 방 안 곳곳에 놓인 컵과 휴지와 주전자와 옷가지들, 씽크대에 놓인 설거지 거리, 당장의 끼니 걱정에 상쾌한 아침이란 있을 수 없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 속으로, 일상 속으로 다시 몸을 맡겨야한다는 것이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포근한 이불 속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잠 속 세상은 얼마나 안락한가.
이불 속에서 뒹굴며 허비한 시간이 가끔은 자신을 짓누른다. 에라이 인생막장아! 니가 지금 그럴 때인가.
물론 친구의 경험처럼 장기화되면 이제 심심함이 무엇인지 배고픔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말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머리를 감고 나면 하루가 시작된다. 더이상 무언가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이 되거나, 짜여진 시간표와 일정이 나를 깨울 때, 나는 수도꼭지를 찾는다. 마음의 때가 씻겨가는 듯한 시원함 속에서 하루를 여는 힘을 얻는 것만 같다. 그래서 물이 데워지기 전에 나오는 아침의 차가운 물은 밉지가 않다.
일어나면 곧장 머리를 감아야겠다.
혼자사는 법을 이제서야 익혀가는 어리숙한 나에게는 하나의 중요한 생활원칙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