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2007
 

눈 좋은 사람을 부러워했는데-  이제 나도 양안 시력이 1.5 가 되었다. 더불어 약간의 난시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햇볕에 눈을 찡그리지 않아도 된다.

피같은 돈 200만원 정도를 써버렸지만 정말 만족한다. 심 봉사가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이랬을까. 전에는 보이지 않아서 쉽게 지나쳐버릴 수 밖에 없던 것들이 모두 눈에 들어오니 세상이 한결 넓어진 느낌이다. 볼 수 있다는 게 가질 수 있다는 것과 같지 않지만 새로이 감각의 지배 아래 놓인 만물이 그저 다 내 것인 것 같다. 물론 이런 느낌은 수술 후 3일 정도 지났을 때가 최고였고, 지금은 많이 무뎌졌다. 어쨌든 가히 안경잡이 인생 10년 만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습관이 잘 바뀌지 않아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의 안경을 찾는다. 안경을 올려 쓰려고 미간에 검지를 가져가보면 안경이 없다. 그런데도 잘 보인다. 헐.

돌이켜보면 중1때 흐린 날 칠판 글씨가 잘 안보여 짝꿍의 안경을 뺏아 낀 것이 나의 안경인생의 시작이었다. 그 때는 그저 안경이든 모자든 반창고, 심지어 깁스를 해도 그저 몸에 뭐라도 걸치는 게 멋있어 보이는 나이였고, 지금보다는 안경을 안 낀 친구들이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 때 내가 안경을 끼고 싶어했다니 돌아보면 난감하다.

안경의 불편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초중시절 아침점심저녁으로 농구에 빠져 지냈던 내가 농구 시합 중 망가뜨린 안경만 해도 적어도 너댓개. 밟아서 부순 것도 꽤 많다. 아예 망가지면 돈이 아깝지만 새로 맞추면 깔끔하다. 정말 짜증나는 것은 형태 변형과 얼굴에 나는 상처였다. 기억으론 내 안경들 대부분이 평지에 올려놓아도 말쑥하게 균형을 잡고 서 있지 못하고 꼭 한 쪽 다리가 공중부양- 했던 것 같다. 콧잔등과 눈가에 기스나서 피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건 예사였다.

사실 안경다리 부분만 살이 안 타 하얗다거나, 뜨거운 거 먹을 때나 따뜻한 곳에 들어왔을 때 끼는 성에, 안경만 끼면 느껴지는 편두통, 안경닦기의 귀찮음, 수영장에 가면 맹인이 되어 몸매구경도 못 하는 것.. 등등, 남들도 다 느끼는 불편함보다도 싫었던 건. 안경을 꼈을 때 풍기는 내 얼굴의 인상이었다.

범생이 페르조나에 딱 맞는, 거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안경까지 끼고 나면 나는 영락없이 모범생 그 자체-_-였다. 실제로 모범생;; 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난 좀 말썽쟁이였고, 안경이나마 벗는 편이 그래도 낫겠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소프트렌즈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대충 대학교 1학년 봄 부터?  

눈이 작진 않고 (하지만 갈수록 작아진다), 눈물도 많은 나였지만 (하지만 점점 말라간다) 렌즈의 불편함은 안경 이상이었다. 다른 건 다 괜찮아도 아침에 끼고 밤에 빼는 수고로움은 생각보다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이물감과 눈의 충혈 심지어 아픔을 견디고 집에 돌아와 렌즈를 빼고나면 참 개운하지만, 렌즈 보관 및 세척의 귀찮음과 눈의 건강을 생각하면 분명 오래 할 짓이 못 된다. 술 먹고 들어와서 그래도 눈 생각한다고 렌즈 빼고 자려니, 내 방이 아니면 렌즈 케이스와 세척액을 갖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날카로운 손톱에 찢어먹은 렌즈값에 피를 토한다. 하수구로 빨려들어간 렌즈들에게 미안하다. =.=;;

안경, 렌즈야 모두 안녕 안녕T_T


[#M_■ 수술 후기 자세히 보기|접기|현재까지의 일정

  1월 3일?  :  1차 검사 (결과: 라식 수술가능)
  1월 18일(목) :  2차 검사 (결과: 눈 상태 1차와 변화 없음, 라식수술 가능)
  1월 20일(토) :  오후 3시 수술
  1월 21일(일) :  수술 직후 검사 (결과: 특이사항 없음)
  1월 27일(토) :  수술 1주일 후 검사 (결과: 양안시력 1.5, 수술 성공)
  2월 20일(화) :  수술 1개월 후 검사 예정

1차 검사
  – 온갖 검사를 하는데 1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기다리는 시간 빼고) 다행히 라식이 가능한 눈 상태였다. 각막 두께나 세포 상태, 눈물량 등등이 모두 고려대상이다. 라섹은 좀더 비싸고, 비싼 것보다도 회복기간이 길고 관리하기가 빡세서 라식이 편리하고 간단한 셈이다. 괜히 어떤 수술법이 좋을까 주워듣고 웹 검색에 헤매이는 것보다는 지인의 추천을 통해 잘 아는 의사를 만나 검사를 받고 상담하는 것이 역시 최선인 것 같다. 전문의와 상담하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작은 외삼촌의 고교 동창이자 국내 라식수술계의 권위자로 클린턴 미 전대통령의 동생인 팝가수 로저 클린턴에게 라식 수술을 해줬다고 자랑하는 정영택 박사에게 수술을 받았다. 능력과 장비 수술기법의 우위는 내가 판단할 수 없고, 그저 심적인 안도감 만큼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보다는 부모님)
    그리고 라식 수술 검사 전 렌즈 착용은 최소 2주 전부터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군에 있어서 한 2년을 거의 렌즈를 끼지 않았더니 눈 상태가 굉장히 괜찮았다.

2차 검사
  – 1차 검사 만큼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눈에 마취약을 넣어주어서 검사 후 밖에 나갔더니 눈이 엄청 부셨다.

수술
  – 점심 먹고 병원에 가는데 긴장이 좀 됐다. 수술 도중에 눈을 가만 두지 않고 초점이 흐트러지면 어쩌지, 수술이 망해서 실명하면 정말 죽고 싶을텐데. 뭐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옷을 갈아입고 머리에 미용실 캡을 뒤집어쓰고 앉아있자니 정말 초조했다. 하지만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안전했다.
  눈 주위를 알코올소독하고 마취안약을 넣어주고는 수술대에 눕히더니 일단 하체를 고정시켰다. 눈을 크게 뜬 상태에서, 왜 치과에서 시술 중 입을 벌린 채로 고정시키기 위해 뭔가를 끼워넣듯 눈도 그렇게 뭔가 끼워서 감을 수가 없다. (물론 감고 싶지도 않지만)  그리고는 눈알이 미끌미끌해지도록 뭔가 약을 바른다. 눈 주변에 테이핑을 덕지덕지했던 기억. 그리고 청소기처럼 안구를 빨아올려 기계에 흡착시켰던 거 같다. 이것만으로도 꽤나 눈알이 움직이지 않은 상태가 된 셈이다. 물론 그 상태에서도 눈동자는 초점에 따라 움직이므로 내가 눈 앞에 보이는 흐린 레이저 빛을 응시하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보면, 레이저를 발사해서 깎아내야 할 초점이 흐트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 의학 기술은 역시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시시각각 미세하게 움직이는 내 초점을 레이저 포인트가 즉각 감응하여 따라다니는 것이다!  결국 내가 미친 놈이어서-.- 지나치게 (고개를 확 돌린다든지) 움직이지 않는 한 수술이 위험할 일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간호사 님이 몇 초 후 발사됩니다. 하나 둘 셋.. 숫자 세주고 순간 딱. 딱딱, 그리고 예민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약간의 타는 냄새. 아무런 고통없이 불과 15분? 만에 수술이 끝나고 플라스틱 보호 안대를 차고 수술실을 나섰다. 눈을 감고 엄마의 도움으로 걸으려 했지만 너무 불편해서 실눈을 떠보았다. 잘 보였다, 맙소사-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눈을 감고 집으로 이동

수술 후 관리
  – 결국 라식의 성패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관리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수술 당일 하루종일 눈을 감고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다. 책이고 TV고 뭐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눈을 쉬어주라길래 심심해도 참았다. 라디오를 들었다. 잘 때는 플라스틱안대를 반창고로 붙이고 자야했다. 혹시라도 눈을 비비면 정말 위험하다고 했다. 눈을 잘 비비는 편인데 손이 눈에 갈 까 마음을 졸였다. 며칠간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못 감았다. 술도 한 달 째 못 먹고 있다.
  눈에 넣어줘야할 안약이 무려 3개였다. 항생제(옵티마이), 소염제(옵티브이), 인공눈물(알론). 눈물은 수시로 넣었고, 나머지 2개는 하루 4번 넣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눈물만 한두번씩 넣는다.

_M#]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