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과학과 철학의 ‘진리’에 대해서 확고한 입장을 지니고 있진 못합니다. 현대의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도 그렇지요. 하지만 저는 확률적 진실이든 ‘현재’의 진실이든 간에, 진실에 대해 다가서고 싶어요.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도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문명사회도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과학은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인류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를 말하는 사람에게는 “썩을, 대체 과학이라는 것도 진실을 말할 수가 없겠구나. 실컷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 패러다임에서 보면 말짱 꽝이니까.” 라고 받아들여지겠지요. 하지만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작업 현장에서 볼 적에는 새로운 체제에 따른 현실적 고충에도 불구 어쨌든 현재의 우리가 가능한 진실찾기 작업을 담담히 해나가는 겸손함을 가르치는 책이 됩니다.
“증명가능성”에 대한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사실 과학에서 최종적인 주장은 거의 없습니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처럼 한 아이디어가 셰계관의 혁명까지 몰고 오는 경우는 이례적이지요. 증거들이 계속 쌓이면 보편적 인증의 딱지가 늘어나는 것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두고 “흥미롭다”에서 “그럴듯한”으로, “주목할만한”으로, “반론의 여지가 적은”으로, 마침내 많은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의심과 검증을 견뎌내고 “명백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됩니다.
저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라는 오만하기 짝이없는 계몽사상의 경향이 퇴색하고 대부분의 자연과학자들이 전문영역에 파묻혀 이제는 과학내부에서 조차 마침내 유전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물리학자가 나타나기에 이른 것이 안타깝습니다. 예술분야의 모더니즘 경향 (–잘 모르지만– 피카소나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들이 난해하지만 새롭고 도발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이 표현의 사실주의 보다는 무의식을 탐색하려 했고, 사회정치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의 심리에 집중한 것은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젖어사는 제게도 훌륭한 문화자양분이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거의 소통 불가의 상태에 이르게 됐으니까요. 과학자는 좁디좁은 자기 영역에서 단편적인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하는데 바빠 유행하는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없고, 예술가가 보기에 과학의 절차들은 거추장스럽고 수많은 전문용어와 개념들은 가히 판독불가의 외계어에 가깝게 됐습니다.
이런 제게 오늘날 주류이며 유행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애물단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제게 포스트모더니즘은 난해합니다. 어떤 크레타인이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그리고 이 게시판 저 밑에 박이문씨의 “증명가능성과 직관적 진리”라는 글의 괴델의 불확정성 원리와도 비슷하게, 데리다 역설이라는 것에 공감하게 됩니다. 해체주의의 대명사인 데리다가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을 때, 보편 진리라는 게 없고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포스트모던적인 입장에서 보면 저는 제가 파악한 데리다가 정말로 데리다 본인이 의도한 데리다인지 결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반대로 내가 파악한 것이 데리다의 의도와 맞아떨어진다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됩니다. 민우 씨의 말씀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은 과학이 하나의 인식 ‘패러다임’일 뿐이라고하니 이는 거의 파괴적인 태도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야 말로 내용이 없습니다. 일종의 메타이론(이론에 관한 이론)일 뿐입니다. ‘실재’도 객관적 진리도 없으니 다문화주의의 정당화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요. 그래서 요즘 세상이 보편 윤리의 토대가 흔들리고 전쟁이 빈번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즐기고 있습니다. 합리적 사고만으로는 내 눈 앞에 당장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호기심에 지친 제게 포스트모더니즘은 좋은 위안이 됩니다. 뻘짓을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의 제게 수많은 예술작품으로 문화적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포스트모던은 좋은 친구가 됩니다. 섹스를 즐기는 제게, 거추장스럽고 고루하기만 한 윤리의식을 벗어던지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If you really loved the truth, you wouldn’t let it devided into two pi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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