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2001
 

친구 허승의 글. 고교시절 이 정도 퀄리티라니 대단하지 않나..



우화(牛話)

머리말

이 글의 제목인 우화대로,

이 글은 그저 우화다.

웃자고 지은 우화다.

맞다. 그냥 어리석은 소 한 마리의 이야기이다.

거기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내가 이 말을 쓰는 것도 그냥 쓰는 거다.

지금이 뭐 70~80년대의 군부정치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금지서적이 되는 것이 무섭다거나

저자에게 수배령이 떨어지는 것이 무서운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가 누려야 할 행복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무엇이 불만이겠는가?

그냥 읽고 웃자.

한국의 어느 사육 현장에서 실제로 있는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목축업을 했다. 그는 잇단 가문과 잇단 홍수와 잇단 화재 등, 잇단 재난으로 척박해진 농촌에서 “먹고살아야겠다.”라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 작은 소 한두 마리로 목축을 시작했다. 그 사람은 제법 나름대로 방법도 터득했다. 그는 엄청난 정열을 가지고 척박한 환경에서 목장을 일군 것이다.

그의 능력은 거기서 발휘되었다. 소들을 엄청 닦달하여 새끼를 치게도 했으며, 기회를 봐서 소를 비싸게 팔아 송아지들을 여럿 사들이기도 했다. 결국 목장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그 사람의 목장을 거치지 않은 소는 그 지방에 없을 정도였다. 나도 그 소들 중 한 마리였다.

내가 파아란 트럭에 실려 처음에 이 목장에 왔을 때, 본 것은 약간 낮은 구릉과 그 아래에 저만치, 아니 그보다 약간 멀리 자리 잡힌 두 개의 목장과 좀 더 멀리 자리잡은 집이었다. 분명 주인의 집이라고 짐작을 했다. 역시 트럭소리에 그 집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나왔다.

트럭운전사와 그 조수는 차를 적당히 세우고 나를 끌어 내렸다. 나는 순순히 내렸고, 고삐를 주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주인은 손에 들고있던 봉투를 내밀었고, 조수는 받아서 돈을 세 보았다. 꽤 양이 많아서 세는데 한참이 걸렸고, 세는 동안 운전사는 주인과 말을 주고받았다.

“김씨, 이제 사람을 고용할 때가 되지 않았소? 내가 착실한 녀석들 몇 아는데 소개시켜주오? 녀석들은 여기서 일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거, 무슨 소리여? 나는 혼자서 일해왔어. 지금처럼 좋은 기계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손으로 모두 일을 해결할 때부터 말이야. 앞으로도 충분히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당께. 힘들면 기계도 사들이고 다른 농장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보고 오면 되잖나? 저기 대도시 근교의 큰 농장들은 어떻게 하나 보고 와서 흉내내면 되는 거여.”

“아 그거는 옛날처럼 소가 한두 마리, 두어 마리, 네댓 마리일 때나 그렇지, 지금은 보쇼. 저렇게 100여마리나 있고, 또 요즘은 소들도 진화를 했는지 꽤 깐깐해요.”

“하 이거 참, 걱정 말랑게. 사육경력 53년(?)이여.”

“아무튼 이제 나는 가겠어요. 알아서 하쇼.”

그렇게 나를 데리고 왔던 트럭은 떠났다.

주인은 나를 데리고 와서는 먼저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나를 이상한 우리 안에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겁을 먹고 발을 들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인이 고삐를 당기니까 다리에 힘을 줌에도 불구하고 쭉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주인은 우선 나를 기둥에 단단히 묶고는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이 좋아서 스르르 눈이 감기려고 할 때 뜨거운 것이 내 귀를 뚫었다. 내 귀에 번호표를 새긴 것이다. 아픔은 너무 컸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소리지를 틈도 없이 고통만 스며들어왔다.

그 후에 그는 겁먹은 나를 끌고 수소들만 있는 울타리에 나를 집어넣었다. 나는 이방인 취급을 받던 것도 잠깐이고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비록 이쁜 암소들은 저만치에 있어서 아쉬웠지만, 수소들과는 농담이나 주고받고, 히히덕거리며 놀기에는 딱이었다.

생활도 생각 없이 지내기에는 고만고만했다. 힘써 일할 필요도 없고, 밥을 굶는 것도 아니었다. 밥은 오히려 많이 줘서 탈이었다. 항상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만큼의 사료를 주고는 그거를 다 먹게 했다. 억지로라도 다 먹어야 우리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헛살만 피둥피둥 찌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의 생활이 항상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안에서는 정해준 대로 있지만, 야외에서는 달랐다. 어디나 그렇지만 좋은 자리가 있으면 나쁜 자리도 있는 법이다. 울타리 안에도 나름대로 클새스가 나누어져 있었다. 일명 ‘하늘’이라고 불리는 중앙을 중심으로 몇몇 군데가 좋은 잔디가 자라나고 햇볕도 잘 비쳐서 최고급의 자리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군데군데 좋은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잔디가 집중된 중앙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바로 이 자리들을 놓고 벌어진 다툼이다. 그들은 이 자리다툼이 굉장히 심하였다. 이 말은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이 아니라 자리다툼에 대한 열의가 굉장했다는 것이다. 좀더 사료를 많이 먹고, 살을 피둥피둥 찌워야지, 더 좋은 줄 알고는 우두머리로 모시는 한편 가운데 자리를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들은 저마다가 사료를 주는 데로 다 받아먹었고, 자율적으로 잔디까지 뜯어먹으며 살을 찌운다. 저 가운데 자리를 얻으려고……

나는 그런 미련한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대세가 그러하니 나도 배불리 먹을 수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그 자리다툼이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한 목적에서 생긴 것이었지만, 점점 맹목적이 되어갔다. 소들의 그 미련한 두뇌로, 항상 목적의식을 지니고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아득한 옛날을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저 자리가 좋다.” 혹은 무조건 “저 자리를 얻어야 한다.”였다. 뿐만 아니라 좋다는 말도 옛말이지 지금은 잔디가 다 먹히고, 누런 흙 땅이 드러날 정도로 변해버렸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항상 저 구릉을 생각했다. 저기에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다면 말이다. 언뜻 보기에도 윤기가 흐르는 금잔디와 비가와도 바로 배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모두가 한 낯의 더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큰 사과나무도 있었다.

하루는 그와 그의 부인이 우리 코앞에서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여보, 우리 목장을 저 언덕위로 옮기면 안 될까요? 거기는 풀도 좋고…… 소들이 좋아할 텐데.”

“안돼!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이야 매일 집에서 집안일이나 하니까 뭘 모르나 본데. 저 언덕 위에 있으면 매일 저길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데 얼마나 귀찮은 줄 알어잉? 축사하고 가까운 게 장땡이야.”

그런 주인의 말을 들으며 갈 수 없는 저 구릉지대가 더욱 더 그리워 졌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들의 자리다툼은 치열했다. 하루는 내 친구 중 한 덩치 한다는 녀석이 사료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죽어버렸다. 그 친구는 죽기 전에 너무 고통스러워하며 나에게

“아아~ 나는 저 자리한번 얻어 보려고 그 기를 썼는데…… 부모형제사제 모두다 내가 저 자리를 얻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아아 이렇게 고통 속에 죽어버리다니.”

유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통한 마지막 그 말. 그 친구도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한 그 입속의 되새김질.

그 친구뿐만이 아니다. 착실히 살붙이기에 치중하기보다는 편히 놀기를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다. 축사에서 주는 사료조차 다 먹지 못하고 억지로 입을 멀리고 목구멍 속으로 삼키기가 일쑤인 녀석들도 있었다. 그 녀석들은 하늘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항상 덩치와 사료에 대한 압박감은 존재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구석진 울타리 주변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주인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는 하루빨리 자라 이 목장에서 나가는 날을 꿈꾸었다.

소들 중 유일하게 깨어있던 나는 그들이 안쓰러웠다. 미련하게 처먹다 소화시키지 못 하고 죽은 소도, 사료주입식 사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으로 도는 소외된 소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맹목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주는 사료 받아먹고, 쉴 틈도 없이 잔디 뜯어먹으며, 하늘을 구하고자 하는 가슴아픈 소들도 말이다.

엄청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리석은 우생들을 어찌 구원할 수 있을까? 넘치는 음식과, 편안하고 안락한 잠자리도 그들을 고통스럽게 할뿐이다. 이 목장의 소들을 구원할 수 있다면 혼이라도 팔겠다.

나는 잔디가 뽑힌 흙땅에서 30일 동안 고민을 한 끝에, 아무래도 깨달은 것은…….

나는 저, 좋고 나쁜 자리 없이 모두 다 고른 구릉이라는 별천지가 저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소들의 힘을 구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아, 마이크 테스트. 여러분 주목해주십시오.”

나는 소들 앞에서 섰다. 그들은 웅성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여러분 우리는 어리석게도 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 하늘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합니다. 우리는 멍청하게도 더 많이 쳐 먹어 살이 찌면 최고인 줄 압니다. 우리는 하늘이라는 장소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믿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래서 우리는 저기 저 구릉을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저 구릉으로 이사를 가면 우리는 싸우지 않고도 살 수 있습니다. 그늘진 곳 하나 없이 따사하게 볕이 쬐이고, 진 곳 하나 없이 배수도 잘 되고, 흙땅 하나 없이 최고의 잔디가 자라나는 곳 말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줄 아나? 우리도 가고 싶어 하지만 어쩌냐?”

“우리모두 투쟁합시다. 싸웁시다. 주인에게 대항합시다. 우리가 별천지로 가는 미래를 향해!”

“어떻게 말이오?“

“우리모두 구릉 쪽을 향한 울타리에 몸을 부딪힙시다. 울타리는 곧 망가질 거고, 완전히 부서지기 전에 울타리를 새로 놓기 위해 울타리를 위에 짓다보면 구릉 쪽을 향해 점점 자리가 움직일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구릉으로 옮겨줄지도 모르죠?”

장내는 소란스러워 졌다. 고운 시선은 없었다. 그렇다고 적대를 품은 시선도 없었다. 안타까움의 시선인가?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어떤 소가 말했다. 쳐다보니 한 덩치 한다는 우등소였다. 그는 이렇게 계속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헛짓을 하고있는 동안 다른 소에게 저 하늘을 빼앗기고 맙니다.”

“옳소. 나도 저 하늘을 향해 열심히 살을 찌우는 중이오. 그런데 살찌우는 것을 중단하고 당신을 돕다보면 나는 자연히 하늘에서 낙오가 되요. 나는 그럴 수가 없소이다.”

“우리 올소(All 소)는 옳다고 생각하오.”

결국 나는 그 누구의 동정도 구하질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추진 않으리라‘라고 다짐한 나는 정말 이대로 끝내진 않을 생각이다. 혼자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늘부터가 내가 생각해온 계획을 실현할 생각이다.

나는 아침 축사에서 일어나 주인의 손에 이끌려 다른 소들과 함께 울타리로 갔다. 울타리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잔디 뜯기에 정신이 없는 바보들 때문에 한동안 산만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분명 오늘 하루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고 이틀이고,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계획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자 주인도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고, 아침밥도 소화가 되었으니 시작해 볼까.

우선 나는 구릉 쪽 울타리를 한번 쭉 살펴보았다. 울타리를 만들 때 처음부터 설렁하게 지었는지 몇 번 부딪히면 망가지게 생겼다. 나는 스무 걸음 뒷걸음질을 쳤다. 반대쪽 울타리에 엉덩이가 닿았다. 거기서부터 냅다 달렸다. 그리고는 다시 반대쪽 울타리에 머리를 박으니 반쯤 망가졌다. 거기서 다시 계속 머리를 박아대니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울타리가 있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다.

주인은 소리를 듣고 금방 달려나오더니 나에게 욕을 해대고는 자재를 가지고 와서는 밤새도록 고쳤다. 원래 자리에 울타리를 놓으려고 나를 일어나게 하려고 힘썼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버티니까 어쩔 수 없이 내 생각대로 해주었다. 며칠동안 그렇게 했다. 울타리의 위치가 점점 바뀌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차가 한 대가 부웅 오더니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내렸다. 주인은 달려가서 그를 맞이하더니 그 사람을 데리고 나에게 왔다.

“이 놈이오. 며칠 동안 글쎄 이 울타리에 머리를 박아대지 뭐예요. 대체 왜 그런지…… 이 쪽에 암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쎄요? 진찰 좀 해봅시다.”

그는 내 눈꺼풀을 까거나 입을 억지로 벌려 쳐다보거나 침을 병에 담거나 내 다리에 주사를 찌르고는 새 빨간 피를 뽑아 내거나 했다. 따끔했다.

며칠 뒤, 역시 그가 내 앞에서 울타리를 고치고 있던 중에 휴대전화가 왔다.

“따르릉, 여부쇼용? 아, 아, 그래요? 그런데 왜 이 지랄이지? 아따 그것참 거 이상한 일이구먼. 아, 예. 일보쇼잉. 딸깍. 이놈아 대체 왜 그런거여. 확 팔어 버릴랑.”

그렇게 사흘 뒤였다. 이번에도 울타리는 끝없는 진보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 동안 맞기도 참 많이 맞았다. 또 파아란 트럭 한 대가 부웅 오더니 멈췄다. 짐칸은 비어 있었다. 거기서 또 두 사람이 내렸다. 그 들은 곧 우리 주인과 얘기를 나누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이 놈여.”

주인이었다. 조수석에 앉았던 사람이 오더니, 나를 찬찬히 살펴보고는

“무게는 꽤 나가게 생겼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 집 소들은 하나같이 비계덩어리라 비싸게 줄 수가 없어요.”

“뭔 소리여? 이것들이 왜 비곗덩어리당가? 이것들은 고깃덩어리여. 밀도덩어리라고. 비싼 값은 바라지도 않어 주던 만큼만 줘.”

“예전에는 무게가 나가서 항상 꽤 드렸지만 정육점에서 난리예요. 이 집 소들은 비계밖에 없다고. 도살하기야 편하지요. 힘도 없이 한 대 퍽 치면 뒤지뻐니까. 그런데 그 다음에 팔기가 껄끄러요. 딴 농장에 팔 대도 이상하게 소 새끼한테 성인병이 뭐람. 참 나, 낮 부끄러워서 저번에 목포에 팔 때 소가 당뇨병이더라구요. 비싸겐 절대 못 사요.”

“이런 젠장할. 주고 싶은대로 줘! 쯧.”

나는 그렇게 헐값에 팔려간다. 사실 내가 어디로 팔려갈지는 모른다. 내 친구들이 항상 말하던 대로 울타리의 구속이 아니라 푸르른 자유가 꿈꾸는 곳일 거리라. 굳이 나는 순순히 끌려갔다. 그런데 갈수록 드는 두려움과 살기, 이 불안한 예감은 무엇인가? 내가 자유를 향해 가는 것이 확실한가? 만약 그렇다면 그 어떤 찝찝한 기분도 미래에 대한 기대로 떨쳐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결국 간 곳은 무시무시한 장정들이 쇠망치를 들고 돼지를 잡던 도살장이다. 물론 도살장이 무엇인지 어찌 알겠는가? 사람들의 언어로 번역하다보니 이렇게 된거지.

어쨌든 나는 돼지의 그 멱따는 소리에 털이 곤두섬을 느꼈다. 내 차례인데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몇 초전 돼지의 그 서슬퍼런 비명이 가슴에 사무친다. 나의 비명도 저렇게 징그러울까? 나도 저렇게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남기고 죽을까? 이 가슴에 사무치는 것은 “참 세상”.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니의 눈물이 가슴속에 사무쳐 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

민중의 넋이 주인 되는 참 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나의 마지막 노래는 가슴에 사무치는 바람으로 끝난다.

그리고 쇠망치 앞에서의 마지막 원한은

“나는 죽는다. 그냥그냥 살다가, 흙 땅에 만족하고, 배부른 사료에 익숙해진 다음, 암소에게 씨도 뿌리고, 여생을 즐기다가 수명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너희들의 한 단계 높은 삶을 위해 투쟁하다가 이렇게 죽는다. 그렇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너희들에게는 구릉이라는 별천지가 필요 없다고, 너희들의 머리통이 바뀌지 않는 한. 너희들에게 진보란 없다. 구릉도 없다. 구릉에 간들 뭐하느냐? 거기서 다시 사소한 싸움이 시작되고, 점점 맹목적이 되어가고, 결국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어질 거란 걸 왜 이제야 깨닫는지……?

그렇지만 너희들이 깨닫고, 힘을 모아 동시에 투쟁을 시작한다면, 동시에 주인도 깨닫고 우리에게 구릉을 제공한다면 모두 다 무한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울타리와 의식의 동시적인 개혁. 그것이 “참 세상”이다. 아아~“

나의 발악도 결국에는 한 마리의 소 울음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죽는다.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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