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생활의 발견” 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서 봤다. 음, 딱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일요일 오후 3~4시 같은
영화였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뭐랄까 생활 다큐멘터리 느낌인가? 그런데 그런 다큐에서는 주로 도시를 떠나서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나, 하여튼 뭔가 좀 특이한 사람의 생활을 덤덤히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다.
생활의 발견은 특이한 이벤트로 가득한 보통 영화와는 달랐다. 영화처럼 신나지만은 않은, 바로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잘 그려진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래서 재미는 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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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장면이 굉장히 많았다. 그냥 원래 살아가는 게 그렇게 신나지만은 않기 때문이란걸 나도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인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내 정말 친한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엿같은 상황이라던지 (나는 영화를 봐도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차마 말은 못하고, 호텔에서 점심 먹는 장면인가? 담배피러 가면서 주인공 머리를 쎄게 밀처버리는 그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T_T 선영?(추상미)와 삼겹살 먹으면서 옛날 기억을 더듬는 장면을 보니, 비슷한 경우에 거짓말로 기억해낸 척 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특히 여자일 경우에 그런 것 같다.ㅋ
어디서 들었던 쓸만한 말은 늘 나도 모르게 다른 친구에게 좀 멋있는 척하며 말하고 있는 것도 참 공감이 간다. 영화에서는 “사람이 되긴 어렵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 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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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대학 오기 전 고교시절의 나는, 괴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 어른들, 사회에 어찌나 불만이 많았는지
모른다.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대한민국은, 음 대충 40살 이상은 죽여 없애야 한다니까!” 말하며 심하게는 백지 답안지를
제출하면서도, 다른 한편 또 좋은 성적을 받으면서 고소해하던 나… 공명심? 뭔가 영웅이 되고 싶어했고, 나만의 세계가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날 이해할 사람은 학교 안에 생각이 깊은 친구 몇 명뿐일거라고
믿었고, 다른 친구들과는 원만한 관계였지만, 나는 주로 “고집불통”이면서 일방적으로 조언, 충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입장이기만 했다.
상경(京)해서 사람 숫자가 늘어나고 남녀노소(!) 가 섞여있다보니, 나를 닮은 다른 사람을 발견하기도 했고 내 고집으로는 도저히
말이 통할 수 없는 사람들과도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사학입문 시간에 무슨 책이었던가? “자기 생각만
진리라고 믿는 것, 바로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는 것” 이라는 글귀가 정말 딱이었다. 모임에서 맡기 싫은 직책을 맡아도, 술자리의
요란한 게임이 싫어도, 즐기려고 노력해보고 그러다보니 좀 미친 것 마냥 즐겨지기도 하는 그런 경험이 조금씩 생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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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평소에 나는 조금만 틈이 나면 자꾸 내 개인생활과 관련된 것을 계속 점검하고 고민하려고 하는 것 같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자꾸 새로운 정보를 알고 싶고 (재미있다), 외국어 공부, 독서 등 나를 살찌울 것들을 언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일정에 따라, 수업시간표에 따라 왔다갔다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린다. 모임이나 수업시간에도 나도 모르는 내
변화가 있겠지만, 그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이라 강의 듣는 데 시간을 많이 쏟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강의 내용 속에서
온갖 상상과 추측을 하고 있던 나를 틈 나는대로 계속 돌아보지 않으면, 내가 뭘하고 사는건지 살아는 있는건지 잘 모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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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경우에는, (할 일이 많거나 사람들이 날 찾을 때도 기분이 업되며 살 맛이 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좀 여유있고 한가로운 시간, 구체적으론,
소중한 사람들과 배가 고파서 뭘 먹어도 맛있는 상황에서 같이 식사를 맛있게 하고는 맘 편히 걸으며 얘길 나눈다던지..
술이나 과제에 지쳐 나도 모르게 잠에 들어버리는게 아닌! 자발적으로 이제 잘 시간이라면서, 잠을 청하고 누워서 내일 일들을 예상하며 기분좋게 잠든 다던지…
혹은 잡념을 모두 버리고 여자친구를 안고 있을때라던지…^^**
이럴 때 정말 살아있다, 좋다, 살 만하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3월 09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