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클래식한 영화, <클래식>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동화 한편을 본 느낌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알퐁스 도데의 ‘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애편지, 반딧불이, 삼각관계, 이루지 못한 사랑 등 익숙해서 이제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한데 섞인 아름다운 동화, 바로 이 영화 클래식이다. 느낌을 넘어서 영화를 좀더 곱씹어보면 글자 그대로의 “클래식”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기다림의 사랑. 감싸주는 사랑. 모든것을 바치는 사랑이 드물어진 세상은 “클래식=구식=버려야 할 것”식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순진과 순수가 놀림받는, 딱딱한 키보드와 1초를 다투는 즉시성의 시대에서 떨리는 가슴, 순수한 감정, 애련한 감수성은 여전히 생명력 있는 일종의 거대한 반발이다. 얼마 전 수업시간을 통해 읽었던 고전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사실 영화 초반과 중반부까지의 경쾌한 진행에 비해 후반부의 ‘비극’은 그 정서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희극’이 가벼운 미소와 허탈한 웃음으로 지나갈 수 있어 비교적 큰 포용성을 가지는 것에 반해, 비극의 정서는 자칫 ‘신파’라고 불리기 쉬워 쉽게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문득 나도 잠깐씩은 클래식 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이 감상문부터 최대한 클래식한 구조와 문장을 보이려 신경을 썼다. 곧 있을 어버이날에는 꼭 친필로 편지를 쓸 테다. 강제가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종이 편지를. 이러한 생활 속의 클래식이, 만년필과 자전거를 통해 기다리던 소식을 전해주던 우체부 아저씨에 대한 경의이며 준하와 주희의 사랑에 감동할 하나의 자격이 아닐까? |
5월 06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