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72004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2학년 勳宰


(나) 장학생들의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지도 관리에 대한 의견



효령장학금은 일신의 영화를 초탈하시고 한평생 국태민안을 위하신 효령대군의 얼을 전승하는 취지로 그 후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장학금이다. 197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여인원 7,294명, 총 수여금액이 30여 억원에 이르는 우리 청권사의 주요사업이다.



해마다 전국의 우수한 후손들이 장학생에 지원하고 소정의 선발 절차를 거쳐 선발된 후손들이 수여식에 참석한다. 이 수여식은 대군의 사당을 참배하고, 그 뜻을 기리며 장차 대군의 얼을 받들어 국가의 동량이 될 것을 다짐하는 뜻 깊은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 후손들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제 연배의 우수한 한 핏줄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대부분은 자신과 같은 돌림자를 쓰는 사람이 무척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문제는 이렇게 처음 만난 후손들이 서로 인사도 채 나누지 않고, 잠시 대군 묘소 앞에 모였다가 장학금만 받고 다시 뿔뿔이 흩어져 남남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평생을 효제충신의 행실로써 왕실 내 화합과 국태민안을 도모하신 대군의 뜻에 비추어 보아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일단 효령장학생부터라도 서로 우애를 돈독히 하고, 장차 이 나라를 이끌 동량으로서 시국을 논하고 고민을 함께 해나가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그 좋은 방안이 있는가?



무엇보다도 우선 효령장학금이 본격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한 1987년 제1회 장학생부터 수많은 과거 장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연락을 취하여 2004년 현재의 장학생들과 같은 핏줄이자 인생의 선후배로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자리에서 비로소 진지한 고민과 우애가 싹틀 것이다.



또한 청권사 홈페이지를 통하여 상시적인 연락과 친목을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별도의 회원 인증을 거쳐 장학생 전용 게시판, 각 기수별 게시판, 각 대학별 게시판 등을 만들어 그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18회 기수의 장학생들이 별도의 친목 모임을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보일 경우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학생들은 대부분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같은 대학의 장학생끼리 작은 동문회를 열도록 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학금의 액수와, 수여방식을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연 70만원이라는 소액 장학금으로는 학업이 우수하나 형편이 어려운 후손에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직접적으로 학생의 학비를 지원하고자 통장에 장학금을 입금하지 않는 현행 방식 하에서 많은 장학생들은 대군의 묘소를 참배하고 용돈으로 수표를 받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재학 중 해마다 별도로 장학금을 신청하는 것이 번거로울뿐더러 장학생의 기수를 구분하는 것에도 방해가 되어 향후 기수 간의 선후배 관계 형성에 장애가 될 소지도 있겠다.


여타 많은 장학 재단의 경우를 본 따 매해 장학생을 선발하되 선발된 장학생에 한하여 졸업 할 때까지 자신의 활동상황과, 학업 성취 등을 학기 마다 보고하도록 하고 보다 큰 액수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졸업 후에도 자신의 학업을 도운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장학사업에 동참하고 후원하는 장학생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앞서 제시한 여러 방안들이 후손들과 여러 어른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반세기라는 긴 시간의 벽이 있을지라도 효령 대군께서는 지금 이 시간, 이 땅에 그 후손들을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질책하며 하나의 효령 정신으로써 생생히 살아계심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Responses to “장학생들의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지도 관리에 대한 의견, 제18회 효령장학생 약술과제”

  1. 맞습니다. 저는 정(廷)자를 쓰고 있는 사람인데…재(宰)자님이 이제서야 장학생이라면 항렬로는 제가 아래지만 장학금 먼저 받은 순서로는 제가 한참 선배네요… 저는 아마 군대제대하고 92년도인가 그때 장학금을 받았는데…저는 국립대를 다녀 100%는 아녔지만 거의 90%정도는 효령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도 등록금은 충분히 충당이 되었지요…그때는 그냥 저혼자 받는게 아니고 님 말씀처럼 아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받아 가니까 조상님이 주셨다는 생각보단 운이 좋아 어떤 단체에서 그냥 표창주는정도로만 생각했었죠…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후손으로서의 도리나 의무를 생각하게 되데요…저희집은 종가집인데 저는 세째로 대부분 집안의 일은 큰형(종손)이 알아서 해오다 이번에 지역사회에서 작은 종친회 총무대행을 맡게 됐는데 후손들이 종친일을 잘 유지되도록 배려했던 노력들이 이런게 있어구나 하는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땅 몇 필지를 종친공동재산으로 물려줬는데 그 땅이 세종시 인근에 있어 시가로 따지면 꽤 나가더라구요…일단 고맙게 생각하는데 위 선배님들(할아버지, 아저씨뻘되는 분들)이 수익의 개념으로는 별로 생각 안해왔더라구요…해서 저는 일단 목적에 맞는게 무엇일까 종중분들께 의견을 물어본 후 목적에 맞게 앞으로 잘 관리해 지방 변두리의 후손이지만 차츰 기업정신을 접목해 현재 제가 맡고 있는 종중을 크게 부흥시켜 더 나아가서는 현재 청권사가 장학금 주는것처럼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큰 기여를 해보려 합니다…선생님 한마디 제안한거 크게 공감가며…선생님 장학금 받았다면 (후손은 많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아직도 용돈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많을 텐데…)언젠가 뜻있는 후손들 한번 뭉치길 바랍니다…건승하세요

    • 안녕하세요. 이렇게 오셔서 댓글도 남겨주시니 참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한참 어려 입신을 위해 매진해야할 때입니다만 먼 훗날 선배님 말씀처럼 종중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바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혈연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가 받은 만큼 그 이상을 세상에 돌려주어야겠다는 대승적인 마음가짐을 키워나가려고 합니다. 선배님이 늘 멀리서 지켜보고 도와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경인년 새해에도 뜻하는 일 모두 이루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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