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잠시 숨고르기를 할 때인 듯 하다. 졸업을 하고나서 한 달이 어찌나 빨리 지났는지 모르겠다. 졸업 후기도 쓰지 못했는데, 짧은 한가위 연휴 앞뒤까지해서 금방 시월이 되버렸다. 요즘은 전처럼 하고 싶은 일 모두를 각개격파해서 죄다 해내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또 신경써야 할 일과 사람도 늘어만간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의x) 빚은 커져간다. 이럴 때 지기 싫어하고 밤낮없이 돌아다닐 에너지가 충분한 나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다. 차분하게 중요한 일을 먼저, 오랫동안 해야겠다. 힘을 아껴서 중요한 일에 집중해주어야한다. 나도 충전이 필요하다. 전처럼 다 해내기에는, 힘이 모자라고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데 질이 떨어진다.
지난 주에는 월요일부터 컨디션이 줄곧 나빴다. 토요일에 논술 감독 까지 하고나니 피곤했다. 뒤풀이로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고, 평소 연애담을 잘 안하던 친구들의 얘기를 들었다. 언제나처럼 재밌는 얘기들이지만, 여자를 딥다 좋아하는 내게 연애는 요즘 그리 좋은 화제가 아니다. 자주 지나는 등하교길 그대로 백양로를 가로질러 청송대 흙길을 걷는데, 나처럼 성정이 늘 온후한 사람(-_-)도 문득 기분이 울적해지고, 외로웠다. 지난 한 달 사이에 소개팅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다 망했다. 누구말대로 점점 심해지는 나의 장난기와 폭력성이 정말 욕구불만 탓이 아닐까하고 잠깐 동안은 진지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단숨에 쓰고보니 첫 문단과 두 번째 문단 순서가 바뀐 것만 같다. 글도 점점 못 써지나보다, 그러면 언제는 잘 썼나,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 하는 몹쓸 생각들의 무한 순환을 끊기 위해 일단은 잠이나 쳐 자야겠다. 숙면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내 보물 중에 하나다. 조만간 만나자고 약속했던 친구들을 포함해 보고싶은 사람들이 많다. 꿈 속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생전 꿈도 안 꾸고 잘만 잔다.
10월 11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