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2008
 


학생이 오지 않고 원장은 놀러 나간 오후에 나는 학원에 있어.
목욕탕에 갔다니 부럽기만 하다. 나도 뜨뜻한 곳에서 몸을 좀 가볍게 해야할텐데.
하지만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요 며칠간 매일같이 야근하느라 힘들었을테니.


난 며칠전부터 고민하고 있어. 내일, 대망의 20일이 다가오니까.
집도 멀어지고 회사다니다 다시 복학하면서 너무 빡세게 시간표를 구상해놓아서.
나는 사실 좀 힘들어. 그러면서 늘 빡센 자기관리를 자부하는만큼 아슬아슬하게 잘 살아남고 있어^^


아니, 이 모든 것이 사실 변명이야. 어쩜 난 도무지 여자를 감동시킬 줄 몰라.
어설프고 부족해. 이제 너가 좀 알다시피 섬세하지 못하고 어쩌면 메말랐어.
어설픈 꽃다발도 학교 앞에서 꽃집 아줌마 따라 직접 만들어본거야. 구리다.


이런 나에게 넌, 유진이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대단한 존재라기 보다는
내가 매일매일 들고 다니는 물병 속 물과 같은 사람이라. 고마워.
맨날 너에게 운동해라 건강해져라 저째라 잔소리하지만. 계속 하겠지만.
난 내가 너 덕분에 훨씬 사람다워질거라 믿어.


여름같은 날씨에. 혼자 깨작깨작 이런 거 쓰면서 안절부절하고 있다.
아, 쪽팔려. 몸과 마음이 피폐해. 솔직히 진짜 미뤄달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이미 나는 사랑을 말하고 있는데.
너는 훨씬 더 대단하고 낭만적인 걸 기대하고 있을텐데.


나는 미루지 않겠어. 오늘 밤 말할거야. 사귀자고. 사랑한다고.
뭐지 이 왠지모를 자신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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