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006
 

못과 모아이.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두 중학생이 지구생태계의 운명을 놓고, 인류의 대표와 탁구 한 판을 벌인다. 지구방위대 <후레쉬맨>을 위시한 각종 -맨 들이나 <독수리오형제> 또는 어린 내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캡틴플래닛>과는 다르다. 걔네들은 영웅이고, 소설의 두 주인공은 왕따니까.

박민규의 관심은 늘 이렇게 소외된 것, 아니아니 보다 정확히는 배제된 것에 쏠려있다. 미움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잖아. 못을 둘러싼 마흔한명의 반친구, 육백삼십육명의 같은학년, 천구백삼십사명의 전교생, 오만구천이백사명의 시(市)의 중학생, 이런식으로 육십억 인간에 이르고 보면, 배제된 이들의 삶도 새삼 특별할 것도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어떤 의미에서는,

왕따일지 몰라.

그래도 우리는 누구나 다수인척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와 토론과 대화에 희망을 거는 순진한 인간으로서, 삶의 이유는 찾지 못한 채, 우리는 행복한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는 생존한 것이 아니라, 다만 잔존한 게 아닐까, 세계의 키워드는 여전히 약육강식이고, 우리는 다만 살아남았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일지도, 그렇다면 세상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거야.

핑.퐁. 탁구로 에둘러말한 우리네 세상은, “듀스포인트”의 세계란다. 한쪽에서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는 한편 다른 한 쪽에서는 멸종위기의 희귀종을 구하려 애쓰고 있다. 폐수를 방출하는가 하면 자연림의 보호에 힘쓴다. 이런 식으로, 결판이 나지 않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게 이 세계란다. 그럼 이 세개가 사라진다면, 어쩌지?

먹는 데 불편하겠지.

농담이야, 농담, 박민규의 문체는 여전히 이렇게 어처구니없고, 실소를 자아내고, 뭐 그렇다, 따라하게 되고, 중독성이 있고, 잘 읽히고, 대충, 변화가 없다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지겹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또 재밌는, 그래서 최소 돈이 아깝진 않을 그런.

작가는 모아이의 입을 빌어 말한다. 세계는 여전히 듀스인데, 탁구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그럼 듀스인 상태로 남겠다는 건지, 어쩌자는 건지, 뭐 이런 생각도 고딩이 되면 부패할대로 부패해서 사라지겠지. 작품 속엔 “헬리혜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 말하자면, 혜성이 지구랑 딱, 부닥쳐서, 지구가 망해버리길 바라는, 그런 사람들이 나오기도 하고, 헬리혜성을 하나의 탁구공으로 봤을 때 말이지, 우리는 그걸 어떻게 리시브해야하냐고, 응?

나는 탁구를 모르니까 공을 받지 않겠다, 공같은 건 보지도 마라, 이런건 삶의 자세가 안 되먹은거라고,

박민규는 말한다.

아무도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세상에서, 한 인간의 해악은 다만 9볼트에 불과하고 그들이 다수인척 병렬로 있는 것은 오래 생존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전쟁이나 학살같은 끔찍한 일들은 다만 이런 수많은 9볼트들이 직렬로 배열되었을 때 일어나는 거야. 독재자도 전범도 모두 9볼트일 뿐. 수천볼트의 괴물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9볼트가 직렬로 쓰이지 않도록,

탁구를 치라고.

동네 탁구장에 가라는 건가, 확실히 탁구는 비인기종목이기도 하고, 그래도 재밌는데, 나 탁구 좋아해, 그래서 오탁구일지도, 미안, 이런 엿같은 유머를 하려는 건 아닌데, 게다가 난 이(李)씨인데, 알았어, 그만할게, 그런데 민규형에게 질문이 있어. 탁구만치면 다 해결되는 거야? 뭐 일단 탁구인이 많아지는 게 우선이긴 하겠지만은.

소설은 세계가 깜빡해버린 사람들, 말하자면 우리의 주인공 못과 모아이가 인류의 탁구 대표 선수(자못 충격적일수도 있는 선수)와 펼치는 대결에서 이기더라도, 지구생태계가 보존된다는 식의 뻔할 뻔뻐러, 뻔자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무튼 주인공들은 승리할까? 만약 승리한다면, 승자에게 주어지는 선택권, 지구를 이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님 언인스톨할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핑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응?

P.S. : 소설 속의 소설, 존 메이슨이란 작가의 소설  <방사능 낙지>, <핑퐁맨>, <여기, 저기, 그리고 거기> 이런 것들이 꽤나 재밌다. 박진우의 말대로. 특히 <여기, 저기, 그리고 거기> 이 작품은 대략 멍-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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