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는 그야말로 “로그”로서 내게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나는 생각날 때마다 옛날 거든 요즘 거든 올려놓곤 합니다. 올려둔 글은 사실 원문이 http://minihp.cyworld.com/21902522/255219703 이것인데 황민우와 주고 받은 글에서 앞뒤를 대충 잘라 놓은 것이죠. 일언반구없이 옛날 글을 주고받은 글의 맥락과 상관없이 올리면서 트랙백을 날렸는데도 친절히 답을 해주어 고맙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대학원 입학을 코 앞에 둔 나는 사실 꽤 오랫동안 내가 하는 공부와 진리의 추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소홀했습니다. 지금 쓰는 이 대답 역시 그런 의미에서 애써 생각한 흔적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나는 “자기모순적 주장들”, 요 글에 매우 공감합니다. 단순히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를 공유하고 있어서 트랙백을 날렸다기보다는 오랫동안 포스트모더니즘을 같은 생각–자기모순적 주장–에서 미워해왔습니다. 그래서 트랙백은 동의의 댓글 대신에 날린 것입니다.
두 가지 포인트에 대한 답변을 적자면,
1) 꽤 정확하게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종종 나는 과학을 종교처럼 신봉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많은 과학자들은 바빠서, 귀찮아서, 논쟁을 피하고 싶지 않아서 마치 한참을 양보한 것처럼 말해놓고는 속으로는 과학의 체계를, 구조를, 믿음을 깊이 신봉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2) 내 생각과 다르게 내가 파악되고 있어서 분명히 해명을 하고 싶습니다. 해 준 답변과 관련해서, 가치의 영역에서 내가 소수자에 속할 때 내 스스로를 옹호하는 방법으로 1)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여 가치의 다양성이라는 방어우산 속에 숨는다. 2) 나의 신념에 기반하여 나의 논리로 맞선다. 이 있다면 내가 올린 글은 내가 읽어도 1) 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글이 분명치 못한 탓이고, 그 이유가 한편으로는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사람과 얘기하면서 조금은 역겨운 겸손–실제로는 오만함–을 떨었던 데 있는 듯 합니다.
이 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즐기는 어떤 행위가 포스트모더니스트들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심지어 그들이 앞장서 전파하는 행위라고 할 때, 내가 아무 말 없이 이를 즐기는 것은 편안합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이유에서 같은 행위가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보면 짧은 감상평에서 지적된 문제가 생깁니다. 잠정적 해방구가 될 수 있겠지만 오래지않아 스스로 모순에 봉착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사는 쪽을 택할 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마음이 상반되는 두 질서에 의해 운영될 수 없으니까요.
독재와 무정부주의. 이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교육의 영향때문인지 몰라도 민주정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가진 신념이 독재정으로 밖에 연결될 수 없는 것이라면 왜 그런 것인지 알 필요가 있겠네요.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지향하고있는지도 모르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고집스럽게 과학적 사실을 고수하면서도, 그러한 사실과 어긋나는 나 자신의 그리고 사람들의 행위에까지 고집불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나는 사람이 밤에 자고 낮에 깨어있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소수의 특이한 케이스야 있겠지만) 가끔 신문에 보이는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야간형, 새벽형 인간… 이런 얘기들에 호도되어 어떤 사람들이 동이 트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자기 체질이라 자기 몸에 좋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몸에 잘 맞는 체질인 사람이야 꽤 있겠지만, 그것이 대충 새벽 2시에 잠들어 8~9시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침에 자서 오후에 일어나는 것까지 몸에 좋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도 나한테는 무슨 드라마를 보겠다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의 건강을 걱정해 줄 수 있지만, 선택은 친구의 몫입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무척이나 자유주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데, “명백한” 독재정치를 지향하고 있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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