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2006
 

나도 책마을 정모 간단 후기, 인물평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이 잘 안나지만 아니 그것보단 일찍 죽는 바람에도 그렇지만
어쨌든 적고 싶고 적어야만 한다고 느껴요.

김형진
턱수염도 그렇고 성품의 첫인상도 까칠까칠한게 무언의 유쾌함을 주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글과는 다르게 투박하고 잔인하며, 솔직한 독설을 퍼붓는 스타일인데, 오래 둔 야채무침처럼 지금은 숨이 좀 죽은 상태라서 (신분 탓인지 왠지), 더욱 반가웠음.

허원영
나의 허원영이- 라는 반응은 제 껀 아니었어요. 각종 알바를 겪고, 그 중 ‘벌치기’라는 단연 돋보이는 경력도 안고, 작년 12월에 입대한 짬 조낸 안되는 제 불알친구의 푸근한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그런 아우라aura를 내뿜는 사람의 신념을 믿어왔어요.

주영준
가장 기대했고 가장 기대에 부합했어요. 글을 통해서 느껴온 이미지랑 꽤 들어맞았다고 생각해요. 그런거보면 역시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어요. 찌질함의 극치,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찌질함이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올블랙의 일본무사와 같은 차림새, 거뭇거뭇 넓게 도포된 수염, 그러나 결코 무력이 강할 것 같진 않은 느낌, 좀 슬퍼보이는 깊이있는 눈. 글쎄, 앞으로 같이 마시고 또 마시고 자꾸 마시게 될 거라는 예감

송희석
말끔한 부르주아의 인상. 눈빛이나 옷차림, 몸동작 하나하나가 참 선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늘상 좀 띠꺼운 그림자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그런 맑게 갠 느낌이 부러워요.(나이도 감안하면) 죽었다가 깨어나서, 아쉬운 마음에 잔뜩 떠들어댔는데, 참고 들어주신 것 같아 고마워요.

김현동
참 예쁘고 곱게 생기셨어요. 작은 체구에 전투복과 전투화를 넣은 듯한 커다란 종이가방을 줄곧 들고다니는 모습이 흡사 가출소녀의 느낌이랄까. 말씀많이 안 하셨지만 간간이 저랑 툭툭 주고받는 말에서 털털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음.

고계영
굉장히 명랑하고 순진해보이면서도, 참 소신있고 고집있어보이는 느낌. 물리치료사가 되겠다는 말씀, 그런 류의 자기 진로에 관한 말에 실릴 수 있는 무게감을, 전혀 무겁지 않게 짊어질 수 있는, 편안하고 무던하다는 느낌. 그리고 경험상 이런 분이 화나면 더 무섭죠.

이영기
나의 이영기가- 아아- 극단의 사유를 하는 사람은 살이 잘 찌지 않는다는 내 해묵은 선입관을 무너뜨리며, 흡사 조선일보의 주필을 연상시키는 배부른 외모. 종갑이 말대로 우리부대 군종참모의 해탈경지의 웃음을 꼭 닮았음. 철없는 제 생각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중간에 가서 젠장.

박원홍
글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 개인적으로는 ‘신토불이’나 ‘전역즈음에 결국 그게 그거다’라는 글에서 받은 더 날 것의, 그러니까 외모는 곱상한 남자이면서 동시에 좀 마초적인 이미지를 기대했는데, 말씀을 많이 안 하신 만큼 절제미를 보여줘서 또 그것도 꽤 매력적이라고 느꼈음. 계속 말시켜보고 싶은 사람.

김희곤
걸걸한게, 김모달이란 이름이 딱 어울림. 풍물패라는 거 알았는데, 만났을 땐 생각을 못해서, 한다리 건너서 아는 인연을 확인할 기회를 놓쳤음. 지저분한 신촌거리지만 사랑한다는 동질감을 확인했음.

김태경
묵직하다는 느낌. 역시 예측대로 동환씨보다야 듬직하다면 더 듬직한 모습. 말을 몇마디 못 나누었지만, 실시간시뮬레이션보다는 턴방식의 RPG스럽다는 느낌.

박진우
액면가에 관해선 나도 액면이 좀 되서그런지 잘 모르겠음. 모자를 안 벗어서 그런가. 정말 문화동아리 대장처럼 잘 빠진 몸매와 적당히 큰 키, 튀지않으면서 패셔너블한 옷차림으로 기억됨. 그리고 정말 제대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음. 그러니까 미소 이런거 말고, 소리를 크게 내며 웃거나 배꼽쥐고 오바하며 웃지 않아도, 그냥 박진우씨 웃는 모습을 보면, 그런 조낸 큰 웃음이 자동으로 연상되고 소리도 환청으로 막 들리는 듯한 그런 인상. 이 사람 웃겨보려고 내가 후루꾸 개썰렁 유머를 끊임없이 시도하기도 했음. (사실 내 지인들은 나의 생활화된 그런 시도에 염증을 느끼고 ‘도라이’라고 비난함) 근데 이유진양에게 무슨 고백을 했는지 또 궁금

한상원
쓰다보니까 내가 지금 태경씨랑 상원씨를 옳게 기억하고 있는건지 두 분을 헷갈리는건지 모르겠음. 사실 두 분에 관한 기억이 잘 안남. 독주에서 마실 때 원영씨랑 주현씨 사이에 있던 분 맞나. 젠틀하고 참교육 선생님같다는 느낌이었는데.

조주현
우워. 액면총장이란 영준씨 말에 무한긍정. 덧붙여 이런 분이 연상에게 사랑받는다 역시 긍정. 죽었다 살아나보니까 가셨기에, 아쉬움.

김대현
처음에 소떼몰이에서 내 곁에 있었는데, 인다소울 얘기로 바빠보인데다가 온지 얼마안돼 적응안된 난 그냥 듣고 있었음. 그런데 그 이후로 기회가 없을 줄이야, 젠장. 이 분 때문에 뻗은게 더 아쉬움. 어쟸든 한마디로 잘 생겼다.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지.

황민우
좀 무례한 말이려나, 정말 똘똘하게 생겼다. 내가 좀 귀가 큰 편이라서 남의 귀에 무신경한데 민우 씨 귀가 꽤 크고 잘생긴걸로 기억함. 허원영-김형진 크로스의 반대편에서 황민우-김동석 크로스를 지켰다는 인상. 첫만남부터 쳐먹고 꼴았지만, 민우씨가 사람 만나면 딱 어떤 사람인지 안다그랬는데, 궁금하니까 좀 알려주세요- 정모 날이 설탕첫날이었는데 복귀하면서 잊지 않고, 민우씨가 이미 정모 한참 전에 쪽지로 추천한 하버마스의 탈형이상학적 사유를 들고 와서 만족. 새벽에 과학과 철학이야기도 인상적. 오늘날 과학과 철학의 위상에 대한 여러 생각들로 복귀할 때 기차 속에서 시간을 때웠음.

김동석
내 연적과 좀 많이 닮아서 흠칫 놀랐음. 그러나 내 연적이 하루키밖에 안 읽고, 온갖 카메라만 들고 다니며 아포리즘에만 집착하는 것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뭐랄까 막대한 독서량이 느껴지는 서사적인 인물이었음. 책 빌려주어서 감사하고, 죽는바람에 그 책을 독수리에다 두고 왔지만, 신촌이 워낙 삶의 터전이다보니까, 졸업반 여동기가 잘 되찾아서 보내주었음. 잘 읽을게요. 근데 쓰고 보니까 이 분 전역했잖아-

이유진, 신수용
이렇게 묶어서 쓰면 더 좋은, 그래야할 것 같은 커플. 굳이 묶어쓰지 않으면 커플인 줄도 모를 정도로, 유진양의 발랄한 사회성은 수용씨와 무관하게 군바리들을 무력화시킨듯. 감자탕집에서 앞에 앉아서 침튀기며 잔뜩 함께 떠들었는데 즐거웠음, 생각해보니 통성명도 안했으면서- 풋. 뭐 그리고 수용씨는 그런 유진양을 정말 잘 수용하는 사람이라는 느낌. 아니 꼭 그렇지도 않은게 쓰레기더미로 밀어서 넘어뜨리던데 하하

권기범
이 분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 내가 책마을 정모간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떠올리는 책마을 회원의 전형, 그 자체였음.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던데(동석씨가 빌려준 책), 도무지 정모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모습. 얘기를 많이 못 나눠 아쉽네요.

노지훈
계영씨보다 좀더 순박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치밀하다는 느낌(직책상)을 준 촌장님. 확실히 지현우 닮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세심해보였음. 제게 한국에서 상담이 인기없는 이유에 관해 의견을 물으셨고, 대화중에 메모를 하시는 모습을 보는 순간, 살아나긴 했지만 좀 쳐져있던 잠이 확 달아났음. 이 분 뭔가 음흉한거 아닐까?

김동환
전 리장, 역시 예상대로였음. 회원탐방에서 사람들이 주구장창 써댄 듬직함이나 친절함은 외모랑은 상관없다는 느낌. 오히려 외모만 보면 남자입장에선 까다롭고 여자한테 인기많은 롱다리꽃미남킹카랄까. 그래도 뭐 몇마디 나눠본바로는, 만화 테니스의 왕자에서 왕고인 ‘데츠카’가 풍기는 그런 류의 카리스마가 느껴짐.

유동선
이 분과 더불어, 인다큐알의 몇몇 분들과는 이상하게 인사 정도만 나눈 것 같아 안타까움. 내가 잠을 너무 잔 탓에. 그나마 이 분은 초장에 나를 갈궜기에 기억에 남음. 갈굼당할때 사실 좀 어리둥절했음. 병장이라 그런가- 중간에 껴서 그런가.

이훈재
제일 일찍 죽어버려서 안타까워하고 있고, 부끄러워함. 첫만남부터 조심성없게 마시다 뻗어버리다니, 조낸 무절제하고 부주의하고 너저분하고 산만한 첫인상을 주지나 않았을까. 근데 사실 좀 그렇기 때문에 (하아…) 그냥 어쩌겠나 하고 살아야지. 철저한 과학 따위 때려치울까봐. 극도의 음탕함에서 비로소 금욕주의가 싹튼다는 입장이지만, 이게 쾌락주의라는 게 쉽게 그 끝이 보이질 않아서 문제. 현재의 체력열세는 오히려 이 곳에 갇혀서 사실상 ‘거세’당한 탓이지, 결코 과한 에셈플레이 때문이라거나 그렇지 않다고. 노종갑이 너 임마 나랑 맨날 줄넘기도 하면서.

박종민
나라도 필명으로 불러주고 싶다. 나 떼밀고 다니느라 수고했다. 나 1500개 넘을때 너는 3000개 넘을 정도로, 욕심많고 의욕적인 놈. 광고쟁이 아니랄까봐 겉이 참 반들반들하고 폼나는데 실상은 조낸 천박한 스노비즘, 그치만 역시 솔직해서 사랑스러움. 결국 이렇게 말하는 나도 snob이니까. 같이 설탕나가서 내가 제공한 AV 잔뜩 봤다면서. 소라아오이도 있던거 같은데 없다고 칭얼대긴- 쯔읍.


그 외 많은 분들이 오고가고 함께 했지만, 정모를 위해 일주일전부터 야근을 달리고, 복귀 후 오늘까지도 조낸 빡시게 구르고 있는 제 체력적 열세 탓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인평은 편리하게 영준씨의 순서를 따라 쓴거고요. 다음에 또 봐요. 특히 아직 첫만남도 갖지 못한 청하씨랑 승일씨 정말 보고싶어요. 뭐 이게 끝이 아니니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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