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003
 


[위험한 애국자], [리더십이론]- 박근혜 의원 특강 ‘국가발전과 리더십’ 쪽글


2003-09-20, 0310331 이훈재


지도교수 : 김형철



 
  평소 박근혜 의원을 ‘국가주의자’로 생각해온 터 특강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신념과 성향을 떠나 지도자의 자질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특강에 임했다.


  기대했던 대로 국가발전과 개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로 운을 뗀 박 의원은 리더십의 핵심은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여론을 뒤쫓아 가기만 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칙을 가지고 대처하여 질서를 확립해야한다는 말도 있었다. 나 역시 이 모두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이러한 자질이 박 의원이 비판한 시대 흐름에도 뒤쳐진 경직된, 수직적인 리더십을 벗어나 있을 때에 한해서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박 의원 스스로가 여전히 민주적 리더십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계산에서 여전히 국민은 지나치게 정치행위의 객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고 신뢰 회복을 위한 자기희생을 해야한다는 정치 개혁의 입장에서부터, 징기스칸의 예를 들며 만인에게 같은 꿈을 꾸게 한다는 특강 결어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여전히 적극적 참여와는 멀어 보인다.


  강요된 마음은 쉽게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리더가 애국의 정신으로 비전을 제시해도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패한다. 결과의 좋고 나쁨이 리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지만, 결과가 좋더라도 그것이 오직 리더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후에 결국 리더의 잘못 하나가 커다란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비전은 꼭 리더가 아니라 다른 구성원이 생각해내도 되지 않은가? 차라리 여러 구성원이 각기 다른 입장이라 제시된 비전이 도저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으려는 치열한 노력, 타협과 중재, 설득을 잘 하는 능력이 리더의 더욱 중요한 자질이 아닐까?


  특강 후 질문/답변 시간에 박 의원이 보인 모습은 역시 프로정치인다웠다. 아무리 아카데미월드라고는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신중한 답변을 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그러다보니 원론적인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으로 그치고 말아 아쉽기는 하다. 오직 하나의 예리한 질문이었던 “가장 잘했던 의사결정과 후회스런 의사결정”에는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다며 슬쩍 웃어 넘겨버리는 것이 피할 수 있는 위험은 피하고야 마는 리더 본능?, 정치인 본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미리 준비했던 질문, “작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일인 지배 정당 구조 등의 개혁을 위해 탈당하고 미래연합이라는 신당을 창당, 당 대회까지 열고 일주일도 안 되어 다시 한나라당에 복당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시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한나라당에서 의원님의 요구 사항을 전부 받아들여 정당 개혁을 이룬 것 같지는 않은데, 다시 탈당할 생각은 없습니까?”을 할 생각을 아예 접었다, 손을 계속 들고 있었는데도 끝내 기회가 오지도 않았지만.


  <한나라당 의원소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의혹이 있으면 빨리 밝히는 게 좋지요.> 식의 답변을 듣다보니 문득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박 의원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지는 못했으나 ‘리더십’에 대해서는 분명히 여러모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본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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