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2003
 


[생명 앞에 놓인 원칙은 거의 없다.]



[리더십이론]- 영화 ‘간디’ 의 한 장면에 대한 쪽글
2003-10-01, 0310331 이훈재
지도교수 : 김형철



  리더인 간디가 체포된 상황에서도 간디가 외쳤던 “비폭력 불복종” 의 원칙을 지킨채로 저항운동을 계속하는 인도 국민들. 처음에는 바보 같은 그 모습에 일부에서 “코미디 영화야!” 소리가 들려올 만큼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인도인들의 부상이 심해지는 모습에서, 결국 온몸을 전율케하는 비폭력 운동의 위력에 대한 숙연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리더가 불가피하게 부재중인 상태에서 그 구성원들인 당신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리더가 정해놓은 원칙에 따라 계속 행동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행동을 멈추고 살 길을 도모한다” 라고 답할 것이다. 대체 생명보다 앞서는 원칙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게다가 리더도 부재한 상황이 아닌가. 아마도 대개의 리더는 구성원의 목숨을 하나라도 더 살리는 길을 택할 것이다. 어떠한 대의나 전략이 있지 않고서야 융통성 없이 리더의 ‘원칙’을 따르는 것은 의미없는 개죽음을 택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간디는 굉장히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간디가 있나 없나의 문제를 떠나서, 그 어떤 투쟁보다도 강력한 비폭력 저항 운동을 중단하는 것은 그들의 선택항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미 신체적 위험을 각오한 그들에게, 그러한 상황마저도 감안해서 만들어진 원칙을 준수하느냐 마느냐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다. 인류 역사의 위대한 인물, 간디의 그늘에 가려져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적 리더십을 자칫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지체 없이 간디를 떠올리며 ‘위대한 승리’를 내세워 죽음에 굴하지 않는 원칙 고수를 외칠지 모르겠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황산벌’이 소재로 삼고 있는 백제와 신라간의 전쟁에서도 나는 종종 어리석은 리더십을 느낀다. 소위 뛰어난 장교 양성 제도였다는 신라 화랑도의 세속오계 중 하나인 ‘임전무퇴’가 바로 그것이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 아니라 죽을 것을 뻔히 알고 분명 살 길이 있음에도 그 전투에서 물러서지 않고 죽어야 장수답다는 내용의 임전무퇴는 얼마나 어리석은 개죽음인가! 죽음을 본 병사의 사기진작 효과가 우스울 뿐이다. 김유신의 아들인 원술랑은 목숨을 살려 훗날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부자의 인연마저 잃어버렸다니 슬퍼하기 앞서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생명을 조건으로 한 원칙을 따라야하는 것은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비폭력 저항 운동이 아닌 바에야 살아남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판단이 쉽게 나올 수 있을까? 원칙은 깨지기 때문에 원칙이다. 또한 리더의 말이 절대적 법이 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