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2004
 

난 왕가위가 좋다.

4년에 한 번 영화를 만들던 40년에 한 번 만들던 상관없다.

볼 수만 있다면.^^

그의 신작 2046은 화양연화의 속편이기도 하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 느낌도 조금씩 묻어있다.

아비정전의 루루도 나오고, 그녀가 사랑했던 ‘방황하는 새’라 표현된 아마도 아비(장국영) 일 ‘장국영’ 얘기도 잠시 나온다.
(루루가 여기 나오는 건 아마도 사랑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사는 2046열차 안에 상징적 인물일거다.)

또한 그의 영화에서 숱하게 듣는 ‘다시 시작하자’는

영원히 다시 시작할 수 없었던 해피 투게더의 고독한 두 사내가 오버렙 되며 12월24일이면 외로워 껴안고 있을 사람을 원하는 초우를 보면 그의 생일 날 쓸쓸하게 삐삐 음성을 확인하던 금성무도 떠오른다.

뭐 그럴 수 밖에 없다.

왕가위는 항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거기다 그 사랑이란 것도 흔한 영화처럼 한 번 맛보고 잊혀질 달콤한 맛이 아닌

에스프레소처럼 검고 쓰며 왠만한 사람 아니면 즐기지도 않을 맛이다.

또 그 조그만 잔에 홀짝이라. 얼마나 허무한가.

왕가위 영화를 보면 외로워진다. 으…

하루에 몇 편씩 보는 건 자살행위랄까.ㅎ

뭐 이번엔 극장에 커플도 별로 없고 견딜 만 했다.ㅎ 거의 다 혼자 와서리.

아쉬운 것은 장국영이 살았다면 2046에 루루 상대로 회상씬이라도 한 번쯤 비추지 않았을까 한다. 장만옥 같이 말이다.

2046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나무에 구멍을 파 속삭였던 비밀은 기억이 되고, 그 사랑했던 기억은 2046열차가 되어 달린다.

영화 처음 카메라가 커다란 나무결을 가진 구멍에서 나오고(차우가 결국 돌아오니까)

탁(기무라 다큐야)과 왕페이(왕징웬)역시 나무 결을 가진 구멍 앞에 서 있는 것도 그 이유다.

2046열차는 그 구멍 속으로 기억을 향해 달려야 하니까 말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2046열차에 탄다는 것이고 2046열차에 탄다는 것은 아직 잊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기억이란 것은 차우(양조위)가 사랑했던 수리첸(장만옥)에 관한 것이다.

영화는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은 차우와 수리첸의 이야기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모두 수리첸의 모습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차우가 기억을 통해 그녀들에게서 수리첸의 모습을 찾는 거다.

또 그녀들은 차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기억에 묶여 있는 수리첸(공리),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기 윈하는 바이링(장쯔이) 허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가요, 같이 가요, 날 대려 가요, 만 반복하는 왕징웬(왕페이)까지.

(여자인물들 모두 차우가 설정한 가상인물이라 생각하고 봐도 영화는 돌아간다. 왕가위는 아니라 했지만 뻥을 잘 치시니…ㅎ)

다른 사람에게서 옛 사랑의 모습을 찾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2046 열차는 양조위와 왕징웬만이 타는 열차가 아니라 나, 너 우리사랑의 아픔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열차인 거다.

‘어떤 사람은 빨리 돌아오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어디 떠나간 사랑을 잊는 것이 쉬운 일 인가.

더구나 한 때 활짝 핀 꽃 같은 사랑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이라면. (아 장만옥…다행스럽게 난 모두 빨리 잊는 편 같다.ㅎ 내머리속에지우갠가.ㅎ)

탁은(소설 속 양조위)  안드로이드(인조인간)에게 말한다.

“함께 떠나자.”

하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다.

당연하지 않는가. 기억은 재생되는 것뿐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다.

탁은 그녀가 대답하지 않는 이유를 하나 하나 생각해본다.

‘기계가 고장 난 것일까.’ ‘날 사랑하지 않는 걸까’

그러다가 탁은 다른 인조인간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해본다.

그들 역시 대답이 없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들은 대답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 속에서 과거를 아무리 바꾸려 몸부림쳐 받자 현실은 조금의 미동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10간 후 100시간 후 1000시간 후 가 지나도 그 기억만 살아있을 뿐바꿀 순 없다는 거다.(왕가위는 시간은 흐름과
왕진웬이 같은 모습으로 열차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겹쳐 보여주며 결국 기억 속 그녀는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존경을!)

이제 그가 2046의 열차에서 돌아 올 차례다.

탁은 왕진웬 앞에 가 앉아 여전히 그대로인 그녀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평생 그 모습이란 것을 인정한 거다.

그때의 짠함이란!ㅠㅠ

‘사랑의 기억은 담배연기처럼 날아가 잡히지 않고 옥상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처럼 멀기만 하다.’

초우는 왕진웬이 일본 남자친구와 결혼한다는 소식과 그녀가 보기에 소설2047의 끝은 너무 슬프니 바꿀 수 있냐는 소식을 듣는다.

고쳐볼까 펜을 잡지만  적지 못하고 1…10…100 시간만 흐른다.

그러면서 그 고뇌의 끝에 수리첸(장만옥)에게 기대에 택시를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 그리고 깨닫는다. 과거를 바꿀 순 없는 거라고.

(왕진웬이 일본에 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받아드리는 건 수리첸(장만옥)역시 다른 사람이 있기에 내게 오지 못한 것이라는 열차의 내릴 때 결론과 이어진다.

물론 화양연화에서 그녀 역시 초우를 못 잊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과 살지만 초우가 그걸 알리 가 있나.사랑은 역시 타이밍이다.-.-)

‘사랑하는 그들’에서 ‘사랑’만을 말한다.

화양연화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룬 영화라면 2046은 단순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바이링을 제외하고선 화양연화처럼 감정이입 될 대상이 마땅히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을 빠져들게 만든다. 사랑에 대해  스스로가 느끼게 만들며 영화 마지막쯤 가서는 우리도 2046이든 2047이든 뭐든 타보라는 거다.

책임질것도 아니면서 말이다.ㅎ

왕가위는 끝도 없이 발전하는 것 같다.

2046을 통해 또 한번 변모하며 내 가슴을 쾅쾅 울렸다.

변함없이 아름답게 스미는 음악과 손을 통해 감정을 보여주는 그 만의 브로킹.

또한 여리게 떨리고 있는 조명을 보고 있자면 이 사람 다음엔 어떤 영화를 들고나오는 거야.흥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대신 할 수 없다.’

기나긴 행로를 달려온 2046열차.

초우가 그 곳에서 내릴 수 있었던 것을 ‘사랑은 대신 할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그가 바이링을 떠나 보내며 하는 말이기도 하다.

수리첸(장만옥)을 대신 한 수많은 여자들이 의미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니까.

한마디로 그는 로멘티스트다.

바꿔 말하면 ‘그녀 아니면 안돼’ 라고 말하는 꼴이지 않나.

그래서인지 신문사에 유리창 밖으로 일본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왕진웬을 볼 때왕진웬이 아닌 수리첸을 그리워하는 눈빛 같았다.

그 때 담배 피는 양조위 눈빛을 보라. 남자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 적적함이란.

(금연할 사람은 왕가위 영화를 봐선 안된다. 특히 양조위 나오는 거ㅎ.)

손을 떠난 화살을 다시 돌릴 수 없듯, 한 번 멀어진 사랑을 다시 붙잡을 순 없다.

그들이 아무리 수많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비밀을 속삭이며 흙으로 봉한다 한들 누군가에게 이미 외면되고 버려진 감정은 다시 돌릴 순 없는거란 것은 왕가위도 안 것이다.

아 다음 영화는 사랑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나.

적어도 군대 다녀온 후일 테니 행복하다.^^

From oflady
* 이훈재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1-1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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