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072004
 

마침 전에 몽땅 타이핑 해두었던 게 있길래^^




학기초—————

  안 개

잠 못 이룬 밤
꿈속의 축축한 기억들이
채 마르지 않은 듯

뉘 입김인지 한숨인지 모를
촉촉함이 한데 엉키었다

길은 가려도 막지는 못하는지
쫓아오는 빛에 그저 흐느끼는지
주저앉은 서늘한 눈물

알 바 아냐 조심스레 새벽길을 더듬는데,

코 끝 지나 가슴에 번지는
친근한 녀석의 안도의 한숨

———

  친구 허승의 답시

안 개

희뿌연 대지의 입김은
  언제나 해보다 먼저온다.

  여기 텅 빈 들길을
  매일 가득 채우는 것이 있어
  들길 외로운 객도 외롭지 않다.

  몽롱한 이 곳에서 바라보면
  저 앞에 새하얀 실크 비단이 반겨
  그것은 열락의 행진곡, 환희의 지평선

  나도 그 푸근한 양털 같은 것에 안기고 싶어
  한걸음, 한걸음, 걸어만 가면
  어느새 한걸음, 한걸음 멀어져만 가는
  수줍음 많은 순결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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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6. 야자, 친구가 잠든 모습을 보며…

  파고드는 형광등에
  주름진 교복셔츠
  온몸 찔린 친구는 아프다, 쓰러진다.
  날흐려 불빛 종일 퍼붓는걸
  씁쓸한 미소인듯, 아니
  울음일까.
  가슴팍 핏빛 얼룩만은
  감추었기를.
                                  

——————–
친구의 시 – 이정환

    밤길

   지난 일을 반성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
   밤 하늘 별빛아래 그대를 찾습니다.
   멀리계신 당신에게 가기위해
   오늘밤도 맨발로 자갈길을 걷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눈물겹지만
   지금 울어버리면 주저앉아야 하기에
   눈물을 속에 가두고,                        
 
   얼마 남지 않은 당신 볼 날을 위해서
   오늘도 잠을 줄여 어두운 이 길을
   묵묵히 걸어봅니다.
   보고픈 그대여..
                  
——–
친구의 시  – 허승 (얘두 연대 인문!)

  푸른 밤비에 두드리어
  봄조차 부서진 것이 아니냐.
  달빛은 달빛대로 흘리고
  녹아나는 맘을 빗물에 쓸리운 건
  여기 흐르는 그 고독 아니냐  

  빗속에 파묻힌 게 혼자는 아닐 테지만
  그렇다고 함께도 아니다.
  여기서 우는 것 따로있고, 웃는 것 따로 또 있겠다.

  나는 온몸을 흠뿍 적시고
  그 무게에 주저앉으며
  역시 젖은 풀을 쥔다.

  별빛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는 건
  후일이나 기약하고
  달빛은 달빛대로 그렇게 흐른다.  

———–

훈재의 악의에 찬 패러디 시

– 홍산 –                / 전일고가 위치한 산의 이름이 ‘홍산’


  안인득한 날에                      / 문과담당의 지독한 영어선생님 ‘안인득’
  학교가 처음 열리고
  어디 매 맞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장관들이
  개혁을 연모해 휘달릴 때에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신음을
  부지런한 학기가 피어선 지고
  큰 대학이 비로소 문을 열었다

  지금 영어시간
  방맹이 소리 홀로 아득하니              / 안인득의 주무기 ‘빨래방망이’
  내 여기 배고픈 노래의 씨를 뿌려라.         / 4교시를 맞이한 시적화자의 감흥’

  다시 오십분 뒤에                               / 희망이라곤 오직 런치타임 !
  전선타고 오는 종소리 있어
  이 홍산에 배불리 밥먹게 하리라.                 / 허접한 시상의 마무리…T_T
                                                                             
—————–
유월에 월드컵을 맞이하는 훈재의 마음-_-

– 월드컵 고고고 –

  철모르던 쌍팔운동회는 옛 일로 미뤄두고         /88올림픽때 화자는 어린애였다.
  다시 만인의 축배속에 호올로 무얼하는지

  어둔 숫자공장안에서 그저 글자를 욀뿐인가.            / 성적은 점수, 곧 숫자로 표시됨
  화면이라도 비춰줄까 맺힌 가슴 울부짖는가.            /TV시청을 간절히 원함.
  마침내 하늘에 호소하는 미쳐버린 함성이여.          / 시청을 허락함-_-

  그러나 골골골 소리뒤엔 쉼없이 달릴뿐이다.                 / 경기끝->자습시작
  도박판처럼 생은 그런거야 귀를 스치우고                   / 들려오는 잔소리.
  꿈꾸다가 지쳐 졸면서도 묵묵히 자릴채운다.

  고고고! 응원인지 매질인지 시끄러운데
  이놈의 판은 어느나라 화투판이길래
  쓰리고가 광박피박보다도 서러운 처지일까.
 
———–

  일제시대의 문학을 몇 편 읽고, 버스타고 집에가는 길에 과장된 센티멘탈…..후우…..  8월 23일
——–
  낮디 낮은 뿌연 하늘에 비올 듯 하면서도 더운 볕이 내리쬐는
  딱 재수없는 날씨입니다.
  멍청히 이어지는 차선을 바라볼 뿐인 눈동자 속엔
  사소한 안타까움, 한숨, 기대, 욕심 같은 이들이 촉촉히, 스며있는 듯도 합니다.

  .. 응, 그 부분은 더 외고… 아냐, 더 풀어봐야…
  … 훗, 오늘 볼만한 프로하더만…, 쟤봐!, 귀여운애…어..아니 옆에!!
  …. 어, 잘 해야지…뭐 그렇지…, 어….어. 너도 힘내라~
  ….. . 걘 잘하고 있데? 전화라도…

  그래… 다 잘되가… 휴… 힘내야지….그렇지뭐~
  아니.
  어휴…..
  힘내라.    /응, 힘내자.
  힘낸다.    /응. 응.


  겨우 찬 바람이 날 뿐인데 마음은 벌써 막음날을 바라봅니다.
  온누릴 뒤덮어내리는 흰 눈처럼 어지러우면서 또 그렇게 차분할 수가 없습니다.

  눈 앞의 쉬운 일 때문에 손 끝에—, 끝에 걸리는 온갖 어려운 일을
  미뤄두는 것은 도무지 개운하지가 않답니다.
  순서대로 가는길에서 이렇게 조마조마하기란 불쾌한 일입니다.
  내가 이렇게 작은 사람이라는 것에 고갤 파묻고 숨을 내뱉고 마시길 계속하는 것도
  참기 힘든 고역입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숙제들이 그날이 지난다해서 없어질까 의심스럽습니다.
  꼬박꼬박 쌓아가면 틀림없이 그날도 웃을꺼라는 누구의말도 의심스럴 뿐입니다.

  그래 지금 속앓이를 해가며 와중에도 동그라미, 가위에…
  수치심도 잊은 채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걱정없는 열락의 하루를 보내고 또 보내는 것입니다.

———


* 이훈재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1-1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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